[안보리 대북제재 강화 결의] 결의 2087호 나오기까지… 美-中 40여일간 줄다리기
입력 2013-01-24 00:36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2일(이하 현지시간)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기까지 미국과 중국은 40여일간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우리 정부 역시 최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를 이끌어내기 위해 물밑 협의를 계속했다.
미국과 중국은 특히 대북제재 형식과 내용 모두를 놓고 대립했다. 김숙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대사는 결의 채택 직후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중국과 미국의 밀고 당기기가 있었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달 12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직후부터 강력한 대북 추가 제재 카드를 꺼냈지만 중국은 미온적이었다. 당시 긴급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 대사와 리바오둥 중국 대사가 거친 설전을 벌이면서 대북제재 협상에 험로를 예고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회의장에선 라이스와 리 대사 사이에 “터무니없다” “말조심하라” 등 험한 말이 오갔다.
협상 초기 우리 정부와 미국은 엄중한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특히 한·미 양국은 추가 제재가 포함돼야 하고, 형식은 결의(resolution)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세웠다. 하지만 중국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해를 넘긴 지난 8일부터다. 중국 역시 무작정 시간을 끌 수 없다고 판단해 미국과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도 중국은 의장성명 채택을 주장했다. 김 대사는 “중국은 제재 내용을 먼저 협의하자고 했지만 미국은 ‘결의’에 합의하지 못하면 내용을 협의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본격 협의를 시작한 지 1주일 만인 14일 접점을 찾았고, 제재 형식과 내용의 윤곽이 잡혔다. 중국이 형식을 양보하는 대신 결의안 문구 수위는 미국이 일부 양보하는 식으로 타협이 이뤄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직접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일 결의안에 최종 동의했고, 안보리는 21일 전체 이사국에 초안을 회람했다. 안보리는 22일 회의 시작 3시간 전 대북제재 결의안을 의제에 포함시켰고 이사국들은 결국 만장일치로 이를 채택했다.
남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