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총선서 ‘패배같은 승리’

입력 2013-01-23 21:51

‘60석 대 60석.’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의 강경 우파연정이 22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중도 좌파 정당들과 동수의 의석을 차지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팔레스타인과 대화를 강조하는 중도·좌파 정당의 대약진 속에 기존 의석수에 11석 모자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부끄러운 승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유연한 중동정책을 요구하는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집권 리쿠드-베이테누연합은 의회 120석 가운데 31석을 차지해 가까스로 제1당을 지켰다. 다른 우파 정당까지 포함해도 과반을 넘지 못하는 60석이다. 2009년 선거 이후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우향우 바람은 이번 총선에서 중도·좌파 정당이 절반인 60석을 획득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특히 중도 성향의 신당 예쉬 아티드당이 선거 전 예상 의석수보다 7석 많은 19석을 얻어 제2당 지위를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중도·좌파의 약진은 지난해 팔레스타인과의 ‘8일 교전’ 등 네타냐후의 잇따른 강경책이 유권자들의 심리적 피로도를 높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득표 결과를 성향과 의석수로 분석하면 리쿠드-베이테누연합(우파·31석), 예쉬 아티드당(중도좌파·19석), 노동당(좌파·15석), 샤스당(유대정통 보수·11석), 하바이트 하예후디(극우·11석), 유대교 토라연합(보수·7석), 하트누아흐(중도·6석), 메레츠(좌파·6석), 하다쉬(사회주의·4석), 통일아랍(이슬람주의·5석), 민족민주연맹(아랍민족 자유주의·3석), 카디마(중도·2석)으로 집계됐다.

팔레스타인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중도·좌파 정당이 의석 절반을 차지함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의 중동정책에 강력한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셸리 야키모비츠 노동당 대표는 “네타냐후를 견제하고 중도·좌파 블록을 형성하기 위해 이미 각 당과 접촉을 시작했다”며 “이스라엘 평화 정착 어젠다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정당 연합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는 강경책으로 동맹국과 자주 충돌한 네타냐후 총리는 조용한 반격을 준비 중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능한 넓은 범위의 정부를 구성하겠다”며 연정 확대 방침을 밝히는 한편 향후 정국 운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중도 성향의 예쉬 아티드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만약 중도 정당 포섭에 실패하면 보수당으로만 연정을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팔레스타인 문제는 물론 각종 경제·사회 현안에서 야당과 충돌해 향후 정국은 안갯속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