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생명나눔-인체 조직 기증] “정부 차원 정신적 예우 방안 마련돼야”

입력 2013-01-23 19:32

인체조직 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예우 및 지원 프로그램 도입도 적극 모색돼야 한다. 현재 인체조직 기증자 유가족에게는 장기 기증과 마찬가지로 장제비와 위로금, 진료비 각 180만원 한도 내 최대 540만원까지 금전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금전적 보상은 오히려 기증자와 유가족의 생명 나눔 정신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있다. 일부 유가족은 죄책감이나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올해 1월부터 장기 등 기증자 지원에 관한 질병관리본부 규정(예규)을 개정했다. 즉 유가족의 보람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지원금을 사회단체에 기부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 것이다. 이를 통해 순수 무상 기증의 취지를 존중해 바람직한 기증 문화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타심과는 별개로 현실적 어려움을 겪는 기증자와 유가족도 분명 있는 만큼 정부의 다양한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복지부는 인체조직 및 장기 기증자 예우 방안으로 ‘생명나눔 공원’ 혹은 ‘추모공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유가족을 초청해 감사와 추모를 전하는 기증자 기념식 개최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장기 기증의 경우 민간단체 주도로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인체조직은 아직 기증률이 낮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가족의 심리 치료를 위해 전문가와의 상담 주선도 필요하다.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신혜숙 기증국장은 “기증 문화 선진국인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은 금전 지원보다 이런 정신적 예우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면서 “규모에 따라 국가 또는 지자체, 병원, 민간단체 등이 협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홍콩은 2011년 정부와 민간, 의료기관이 협력해 기증자 추모정원 ‘생명애’ 화원을 조성했다. 스코틀랜드 테이사이드주는 지난해 기증자를 위한 추모식 ‘그들을 기억하기 위한 시간(Time to Remember)’을 처음 개최했다.

기증자 유가족은 기증 문화 확산의 중요한 파트너로, 이들의 활동을 지원할 필요도 있다. 장기 기증자의 경우 유가족이 다른 사람에게 장기 기증을 적극 권유하겠다는 응답이 79%로 높게 나왔다. 인체조직 기증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게 지원본부 측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기증자 유가족들에게 다른 잠재 기증자 가족을 도울 수 있는 자원봉사 자격을 주거나 이들이 자체적으로 기증 홍보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신 국장은 “우리나라는 기증 문화가 온전히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러 지원책들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유가족의 사후 관리를 꾀한다면 기증 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