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중앙을 키우는 ‘어깨 짚기’
입력 2013-01-23 18:54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중국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2013 한·중 바둑교류전’이 열렸다. 큰 상금이 걸린 공식대회는 아니지만 조한승 9단, 박정환 9단, 강동윤 9단, 이영구 9단 등 정상급 기사들도 합세해 모두 44명의 선수들이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도 랭킹 2위의 퉈자시 3단을 비롯해 스웨 5단, 탄샤오 7단 등 상위 랭커 62명이 참가했다.
4일간 하루에 개인당 두 판씩 치러진 이번 교류전은 자비로 출전한 기사들이 한국과 중국의 자존심을 걸고 승부를 벌인 만큼 향후 한국과 중국 바둑계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였다. 지난해에는 한국이 121승 140패를 기록해 중국이 승리를 거뒀다.
총 8라운드로 진행된 이번 대회는 한국이 1라운드에서 23승 21패의 근소한 차이로 앞섰지만 후반에 가면서 부진을 보여 종합전적 155승 197패로 또다시 중국의 승리로 끝이 났다. 박정환 조한승 강동윤 9단은 각각 4승 4패, 신예그룹인 이지현 3단, 나현 2단, 변상일 2단도 각각 4승 4패를 기록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한상훈 6단, 최정 2단, 김채영 초단은 각각 7승 1패를 거두며 두각을 나타냈다. 공식대국이 아닌 만큼 투지가 떨어지고 원정 대국으로 인해 체력이 저하된 점을 감안한다면 아주 비관적인 결과는 아니다. 2013년 또다시 펼쳐질 한국과 중국의 대결, 올해는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이번 바둑교류전 3라운드 박정환 9단(흑)과 탄샤오 7단(백)의 대국이다.
<장면도> 복잡한 정석으로 상변이 일단락된 상황. 흑은 중앙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어떤 식으로 중앙을 정비할 수 있을까?
<참고도> 단순히 A로 백 세 점을 씌워 포위하는 것은 성에 차지 않는 느낌. 백도 가볍게 세 점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손을 돌릴 수 있다. 흑1, 3은 최대한 중앙을 키우겠다는 의도. 하지만 백도 2, 4로 늘어 자연스럽게 우변 실리를 차지해서 불만 없는 모양.
<실전도> 흑1로 힘 있게 눌러가는 것이 좋은 자리. 백은 4까지 좌변을 지킬 수밖에 없다. 이후 흑은 A, C로 과감하게 이단 젖혀가며 중앙을 넓혀 갈 수 있다.
‘어깨 짚기’는 삭감을 할 때도 유용하게 쓰이지만 이처럼 상대를 압박하고 눌러 갈 때에도 급소의 자리가 된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