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견·중소기업 손잡고 獨 ‘히든챔피언’ 모델로 미래 먹거리 만든다
입력 2013-01-23 18:50
최근 몇몇 중견·중소기업들이 힘을 합쳐 시스템반도체 핵심 부품을 개발했다. 엠티에이치와 스파이어테크놀로지는 베이스밴드 모뎀을, 아이앤씨테크놀로지는 무선고주파 집적회로(RFIC)를, 엠텍비전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솔라시아는 보안솔루션을 개발한 것이다. LG전자는 약속대로 이들 개발품을 구매했다. 2020년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4세대 이동통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공동 대응한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이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대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사들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지원도 한몫했다. 지식경제부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사례가 끊이지 않고 대기업과 수출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로는 선도 기술개발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새로운 롤 모델을 찾았다. 이때 주목한 것이 독일 모델이다. 독일 1350여개의 히든챔피언(시장 점유율 1∼2위의 숨겨진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은 제품 개발부터 대기업, 중소 및 중견기업, 연구소가 공동 참여하는 시스템에서 나오는 점을 벤치마킹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정부의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사업이다.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 이동근 미래전략팀장은 23일 “독일 히든챔피언들이 높은 품질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기업과 프라운호프(응용기술)·막스프랑크(기초과학) 등 연구소의 협력이 선순환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이 같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2011년부터 미래선도사업에 본격 착수했다”고 말했다.
미래선도사업은 대기업과 중소 및 중견기업, 연구소가 모여 기술 개발부터 시장 진출까지 전 사업 부문에서 협력하는 게 전제돼 있다. 대기업으로부터 전수받은 기술·노하우를 바탕으로 중소 및 중견기업은 연구소와 협력해 시장 선도 기술을 개발하고, 이 과정을 거친 완성품을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키는 사업화의 단계를 밟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각계 전문가 700여명의 의견을 모아 미래선도 사업 과제들을 선정했다. 또 크게 3년 이후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조기성과창출형 과제’와 5∼10년 내에 글로벌 시장 창출을 목표로 하는 ‘신시장창출형 과제’로 나눠 예산지원에 착수했다.
조기성과창출형 과제로 선정된 사업들은 3년도 채 안 돼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원익IPS는 대기업인 삼성SDI가 보유한 기술 노하우를 공유하고 취약 분야는 해외 선진기업과 협력해 세계 최대인 5G급 고생산성 MOCVD(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KMEG도 윈테크이엔지, 광운대, 핵융합연구소, 에너지기술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세계 최대 성능의 60㎾급 스팀 플라즈마 토치를 개발한 바 있다. 차세대 전기차의 경우 피엔이솔루션은 100㎾급 급속충전기의 사양을 현대자동차와 공동 검토해 국제 표준화에 함께 대응하고 있다.
지경부는 “조기성과창출형 과제에 참여한 컨소시엄의 중견·중소기업의 비중은 70%, 정부 출연금 중 중견·중소기업에 할애되는 규모는 66%에 달했다”며 “R&D를 통해 얻어진 지적재산권은 실제로 개발한 중견·중소기업이 소유하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