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균열] 공직윤리 확립이 시급하다

입력 2013-01-23 18:36


또 새해를 맞이했다. 새로운 것이 모두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알지 못한 미지의 세계는 늘 설렘의 대상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오지 않은 미래라고 하더라도 과거와 현재와 밀접한 관련을 갖기 마련이다. 씨앗이 뿌려지지 않았다면 열매도 없는 것이다.

한 나라의 미래는 공직자들의 도덕성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양 고대문명의 기준점이었고 찬란한 문화를 바탕으로 관광대국을 구가하던 그리스가 국가채무불이행의 형국에 직면하게 된 것은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정부패 때문이었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일부 몰지각한 공직자들의 행태를 엿볼 수 있다. 부여된 공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지위를 이용해 부도덕한 행동을 저지르는 사례들이 있었다. 고급승용차를 수수한 현직검사, 우체국 금고털이에 공모한 경찰관, 도심서 폐수 방류 단속 정보를 흘린 공무원 등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비리 공무원들이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이들은 모두 현행 법령위반으로 죄과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법령을 위반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언행도 마땅히 도덕적 지탄의 대상이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저의가 명백해 보이는 소위 ‘남쪽 정부’ 발언은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한 발언을 일삼는 사람들은 남북한이 상호 합의한 역대의 모든 문서에도 ‘대한민국’이 공식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대선정국을 맞아 전직 공무원들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한 고급정보와 지식을 토대로 정치적인 언행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매우 부적절하다. 국민들이 공직자를 존경하는 것은 그들의 공평하고 성실한 공익봉사심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공직자는 공직을 평생 영예로 안고 사는 것이다.

굳이 자연인으로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면 전직 직위를 넣지 말고 어디에 사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어떤 사람의 표현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그 주체가 공직자일 경우 그러한 원칙은 더 엄격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정부를 맞이하게 되었다. 새 정부는 통합과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 세대, 이념 등 온갖 갈등을 극복하고 사회통합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염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공자는 제자 자공이 나라 경영에 대해 묻자 식량을 충분히 마련하는 것과 병사를 잘 훈련하는 것보다 백성의 믿음을 사는 것(民無信不立)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말이다. 백성들이 정치를 믿을 때 나라는 바로 서게 된다. 정치가 백성들로부터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공직자가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 나라가 바로 서게 되는 것이다.

자칫 새 정부의 대통합 슬로건 속에 공직자의 비리와 부정부패가 다른 갈등의 소지와 함께 희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법과 질서를 넘어서 의도적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경우에는 엄격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사회발전을 긍정하면서 현실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보수나 현 질서를 긍정하지 않는 진보 모두 필요한 이념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논리를 주장하면서도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경쟁해야지 상처내고 비난만 퍼붓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박균열(경상대 교수·윤리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