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월 임시국회 차질, 여당 책임이 크다

입력 2013-01-23 18:35

새 정부 순조로운 출발 위해 민주당에 등원 명분 줘야

여야가 당초 합의한 1월 임시국회 개회일은 24일이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안을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를 열 예정이었다. 이 약속이 깨졌다. 쟁점 현안에 대한 여야 간 이견으로 개회 시점이 연기된 것이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가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문제다. 민주통합당은 20여명의 쌍용차 근로자가 숨진 원인을 분석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반드시 국정조사가 실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쌍용차 노사가 어렵사리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는 상태여서 지금 국조를 실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주장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쌍용차 노사도 국조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때 쌍용차 국조를 공약했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공약을 무시해도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다. 국조 대상 조정 등을 통해 민주당과 타협점을 모색하려는 자세가 아쉽다.

다른 하나는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 문제다. 민주당은 이미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당선인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건의해 달라”고 압박했다.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 “결정적 하자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자를 검증한 국회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오랜 기간 법관, 고위공직자로 살아온 이 후보자가 믿기 어려울 만큼 자기관리, 주변관리를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민 여론도 나쁜 편이다.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이 협의해 이 후보자를 지명한 만큼 여권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여론을 무시하고 밀어붙인다면 두고두고 박 당선인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새누리당에게 1월 임시국회는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부조직 개편안과 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 등 ‘박근혜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을 위한 제반 조치를 이번 국회에서 차근차근 취해 나가야 한다. 쌍용차 국조와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이라는 현안들을 원만하게 매듭짓지 못할 경우 새 정부는 출발부터 삐걱댈 가능성이 있다.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들도 쌓여 있다. 아동학대 범죄 행위에 대한 가중처벌 법안을 비롯해 박 당선인이 강조한 법질서·사회안전 분야 관련 법안과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취득세 감면 연장 법안 등이 계류 중이다. 아울러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정당 개혁 등 정치쇄신 방안을 가시화시켜야 한다. ‘쇄신 국회’를 게을리한다면 또 다시 정치불신 바람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새누리당은 임시국회의 조속한 개회를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주당과 티격태격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민주당에 등원할 명분을 줘야 한다. 당장은 조금 손해 보는 듯해도 대선에서 이긴 여당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