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낯뜨거운 제약사와 의사들의 악성 리베이트

입력 2013-01-23 18:29

유명 제약회사인 CJ제일제당이 200명이 넘는 의사들에게 수십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경찰 수사에 걸려든 것은 작지 않은 충격이다.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가 의약품 납품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거액의 검은돈을 제공했다니 다른 중소 제약회사는 어떠하겠는가. 환자를 볼모로 자신의 잇속만 챙긴 파렴치한 행위가 할 말을 잊게 한다.

의약품을 공급하면서 이해관계로 얽힌 의사들에게 법인카드를 주는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은 결국 제품 원가를 높여 환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킨다. 제품 원가에 리베이트 비용이 포함될 경우 국민건강보험 재정에도 막대한 부실을 초래할 것은 불문가지다. 결국 독점적 이익을 챙기려는 제약사의 꼼수에 환자와 국민들만 불필요한 부담을 지는 봉으로 전락한 꼴이다.

리베이트를 챙긴 의사들도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죽어가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는 법관이나 성직자 못지않게 성스러운 직업인데도 검은돈을 챙긴 일부 몰지각한 동료 때문에 윤리의식이 실종됐다는 비난만 받게 됐다. 과거에는 설문조사를 빙자해 리베이트를 챙기다 이제는 내놓고 법인카드를 받아 마치 제 돈처럼 쓰고 다녔다니 환자 볼 면목도 없을 것이다.

CJ제일제당이 1984년 제약사업을 시작한 후 항암, 신장질환 치료제 등의 전문의약품을 개발해 국내 대표 제약사로 입지를 굳히며 의료 발전에 기여한 공을 모르지 않는다. 2004년 한일약품 인수 합병을 통해 줄기세포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등 글로벌 제약회사로 거듭나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이 같은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심각한 도덕 불감증의 결과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 측은 관행이라고 둘러대지만 수사가 종결되면 일부 의사들과의 검은 커넥션이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의료계의 리베이트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이번 기회에 감독 당국과 제약회사, 의사단체는 머리를 맞대고 근절책을 찾기 바란다.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을 경우 공멸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