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뢰 구축’ 박근혜 구상 삐끗… 北 비핵화 포기선언 따라 핵실험 강행 땐 난관봉착
입력 2013-01-23 22:06
북한이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맞서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상당한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당초 새 정부는 5·24 조치의 단계적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통해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북측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비핵화 포기 선언에 따른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한 듯 대통령직인수위는 공식 입장을 통해 북한에 3차 핵실험 등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추가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현 단계에서 대응 주체는 정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여러 절차를 거쳐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을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는 방증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인수위 외교안보팀이 정부 측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공약을 통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내걸었다. 남북관계에 신뢰가 쌓이고 비핵화가 진전되면 국제사회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프로세스의 전제가 바로 비핵화다. 그런데 북한이 비핵화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추가로 핵실험까지 한다면 박 당선인의 이 전제는 다 깨져버린다.
특히 박 당선인이 북핵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어서 향후 남북관계가 더 냉랭해질 수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후보 TV토론 당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북한에 그렇게 많이 퍼주기를 했음에도 북한이 첫 번째 핵실험을 했다”며 “퍼주기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건 ‘가짜 평화’로 진짜 평화와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핵실험이 아니더라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대응 조치를 취하거나 한반도 주변의 외교안보 상황이 악화된다면 박 당선인이 유화책을 쓸 수 있는 운신의 폭도 좁아진다. 더욱이 대북 온건파로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이던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하면서 현재 인수위 외교안보 라인도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안보강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