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의무고발제 전환 왜… ‘박근혜 경제민주화’시행 탄력
입력 2013-01-23 22:06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의 수정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하기 위한 절충안의 성격이 짙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에 대한 검찰 고발 요청 권한을 분산시켜 ‘폐지 추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고발 창구는 단일화해 공정위의 ‘마지막 위신’은 살렸다는 평가다.
인수위 경제2분과 핵심 관계자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정위 전속고발권 사실상 폐지’ 쪽으로 결론을 내리기까지 공정위와 벌였던 줄다리기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애초 공약은 고발 권한 자체를 검찰을 비롯해 중소기업청 등 5개 부처로 분산시키는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공정위의 반발이 워낙 거세 창구를 단일화하는 대신 의무고발제를 실시하는 쪽으로 절충했다”고 털어놨다.
공정위의 거듭된 폐지 반대에 인수위는 “공정위가 고발권 자체를 행사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논리로 맞섰다고 한다. 경제2분과의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불공정 거래 행위가 빈번함에도 공정위가 눈을 감고 있다’ ‘해외에도 유례가 없는 제도’ 등의 폐지 논리를 다각도로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막판에 ‘리니언시(Leniency·자진신고자 감면) 제도 실효성’ 문제로 반격을 시도했다. 공정위는 “기업체 간 담합 등의 문제를 적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리니언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고발 창구를 다원화하면 협상을 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고발 주체는 여전히 공정위로 한정하기 때문에 고발권 ‘전속’이 풀렸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 71조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인수위 측은 “형식적으로는 전속으로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고발을 의무화해 전속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향후 공정거래법 개정 과정에서 고발 의무화를 법 규정으로 명시하는 과제가 남은 셈이다.
전속고발권 폐지 논쟁이 의무고발제 도입으로 출구를 찾은 만큼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구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절충안이 대·중소기업 상생을 강조하는 ‘박근혜식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약 개발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돼야 대·중소기업 불공정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근절, 대기업 불공정 거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이 전부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인 만큼 독점된 고발권의 분산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