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케네디家… 후손들 명문가 지위 활용 美 정부 미공개 정보 판매 의혹

입력 2013-01-22 20:01

미국 최고의 정치명문 케네디가(家) 후손들이 명문가의 지위를 이용해 미 정부의 미공개 정보를 뉴욕 월가의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정보업체 마우드그룹의 정보 매매과정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했으며, 책임자에게도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22일 보도했다. 마우드그룹은 에드워드 케네디 주니어(약칭 테드)가 10여년 전 설립한 건강보건 분야 증권정보업체다. SEC는 이 업체가 정부 및 의회 정책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광범위한 재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SEC 조사는 WSJ가 얼마 전 마우드그룹의 ‘정치정보(political intelligence)’ 사업을 집중 조명한 뒤 이뤄졌다. 정치정보 사업이란 정부 정책을 예견해 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마우드그룹은 2010년 미 식품의약국(FDA)이 애밀린사의 당뇨병 치료제 ‘바이듀레온’ 승인을 거부할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엔 신약 승인이 임박했다는 게 정설이었다. FDA는 마우드 예측대로 3주 뒤 승인을 거부했고 애밀린사 주가는 하루에 46% 폭락했다.

미 증권법은 연방기관 활동에 관한 미공개 정보 매매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마우드 측은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으나 이들이 정치명문가 지위를 이용해 고급 정보를 파악한 뒤 거액에 파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마우드 설립자 테드는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들이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다. 마우드 선임고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전 법무장관 로버트 케네디(케네디 전 대통령 동생)의 아들이다. 또 다른 고문 스티븐 스미스 주니어 역시 진 케네디(케네디 전 대통령 여동생)의 아들이다. 할아버지 조지프 케네디는 1930년대 초대 SEC 의장을 지냈다.

마우드 그룹의 워싱턴 지사 직원 18명은 대부분 전직 의회 및 정부 공무원이다. 모두 정부의 정책 결정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속속들이 안다. 이들은 비밀 보장을 위해 고객과 일대일 만남을 통해 연간 200개의 정책 보고서를 제공한다. 또 로비스트와 달리 이들은 주요고객과 활동내역, 수임료 등을 공개할 필요도 없다고 WSJ는 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