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뛴다-종목별 최고령 선수들] ⑦ 스피드스케이팅 이규혁 (서울시청)
입력 2013-01-22 19:47
꾸준한 훈련으로 정상권 유지… 이제는 스케이팅 자체를 즐겨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맏형 이규혁(35·서울시청)의 시간을 거스르는 질주는 올해도 계속된다. 그리고 내년 소치 올림픽에서 마지막 불꽃으로 타오를 예정이다.
이규혁은 지난 11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제47회 전국남녀종목별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500m 1,2차 레이스 합계 71초24의 기록으로 후배 모태범(23·대한항공)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가진 그는 26∼27일 미국 솔트레이크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스프린트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통산 5번째 우승에 도전할 예정이다.
스프린트선수권대회는 이틀 동안 500m와 1000m 두 종목을 각각 두 번씩 뛰고 나서 기록을 점수로 환산해서 종합 1위를 뽑는다. 이규혁은 단거리 최강자로 불릴 만큼 이 대회에 특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07, 2008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2010년과 2011년에도 연달아 우승을 차지했다. 5번째 우승을 노린 지난해에는 간발의 차로 준우승을 했다. 이 대회에서 지금까지 4번 이상 우승한 스프린터는 이규혁을 포함해 미국의 에릭 헤이든, 캐나다의 제레미 워더스푼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선 올림픽과 달리 대체로 성적이 늘 좋았습니다. 지난해엔 아쉽게 2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꼭 정상에 오르고 싶어요. 그래서 저의 컨디션을 이 대회에 맞춰 끌어올려 왔습니다. 저도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모든 대회마다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없더라고요.”
13살에 국가대표가 된 그는 199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5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등 수많은 대회에서 메달을 땄다. 하지만 올림픽과 유난히 인연이 없어서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부터 2010년 밴쿠버 올림픽까지 5번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밴쿠버 올림픽 당시 마지막 레이스가 끝난 뒤 한동안 텅 빈 링크를 떠나지 못하던 그의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움을 느꼈었다. 원래 밴쿠버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할 생각을 품었던 그는 다시 스케이트화 끈을 조였다.
“밴쿠버 올림픽 이후 제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은퇴를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20년 넘게 타던 스케이트를 바로 그만두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한 시즌만 더 타자고 생각했는데, 기록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시즌 한 시즌 더 연장한 게 지금까지 타고 있네요. 게다가 어느새 소치 올림픽이 내년이더라고요. 다시 한 번 올림픽에 참가해 못다 이룬 제 마지막 꿈을 이루고 싶어요.”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스피드스케이팅의 특성상 나이가 들수록 기록이 저하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세계 정상권을 유지하고 있다. 과연 그 비결은 무엇일까.
“그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데요. 꾸준히 훈련하는 것 외엔 없습니다. 어렸을 때엔 비시즌엔 놀고 그랬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비시즌에도 운동밖에 안합니다. 게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좋은 점은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뜻대로 안되면 화를 내기도 하고 고집도 많이 부렸는데, 이제는 그런 게 많이 사라졌어요. 스케이트를 타는 것 자체가 즐겁고 고마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됐죠.”
올림픽과 유독 인연이 없었던 ‘비운의 스타’ 이규혁. 마지막 무대인 내년 2월 소치 올림픽에서 환하게 웃기 위해 오늘도 스케이트화를 질끈 메고 빙판을 달리고 있다.
이규혁 프로필
◇생년월일: 1978년 3월 16일
◇신체조건: 177cm, 78kg
◇출신학교:서울 리라초-신사중-경기고-고려대
◇소속 :서울시청
◇스케이트 시작:3세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