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기회균등 강조… ‘진보 본색’ 드러낸 오바마
입력 2013-01-22 19:42
“우리는 모두 평등하게 창조됐고,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를 위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가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집권 2기 취임사에서 강조한 것은 평등과 기회균등 등 진보적 가치였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하나의 국가로, 하나의 국민으로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호소한 구절도 있었지만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소수만이 잘살고 다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인으로서의 의무가 우리 자신만이 아닌 모든 이들의 번영을 위한 것이라는 걸 믿는다”고 강조했다. 빈곤과 정의도 역설했다. 모두 주류 민주당이 강조해 온 의제들이다. 독립선언서와 헌법 등 미국의 ‘건국 문서’가 자주 인용됐다.
정치전문 폴리티코는 첫 임기 때 보인 조심스런 실용주의자로서의 이미지를 오바마가 부정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그가 미국 진보주의의 오랜 전통과의 연결을 추구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오바마가 진보주의를 위한 공세에 나섰다고 요약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의 취임사는 2009년 취임사보다 훨씬 진보적”이라며 “지난 수년간 자신과 대치했던 공화당에 물러서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는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공화당이 제도적 틀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사회안전망을 현재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그는 “메디케어(노인층 의료보장), 메디케이드(빈곤층 의료보장), 사회보장을 통해 서로에게 기여하는 것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공화당과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이번 연설만으로 오바마의 정치 스펙트럼이 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대통령의 향후 국정비전과 철학이 담긴 취임사라는 점에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화해보다는 오바마가 주창하는 의제에 대해 행동을 촉구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울러 여성과 동성애자의 권리, 이민자 등 소수계의 권리, 총기 규제를 통한 아동의 보호권리 등을 동등하게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내와 어머니, 딸들이 노력에 맞는 평등한 소득을 얻을 때까지, 동성애 형제·자매들이 법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같은 대접을 받을 때까지,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이민자들이 환영받을 때까지, 아이들이 보호받고 소중하게 여겨지고 안전할 때까지 우리의 여정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