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의 습격… “중소수출기업 앉아서 20% 손해”
입력 2013-01-22 21:31
일본으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22일 “1%의 가격 격차로 수주여부가 갈리는 제품의 특성상 환율문제가 장기화되면 경영이 어려워진다”며 “정부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 중소기업계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엔저 현상으로 수익률이 20% 이상 떨어졌다”며 “헤징(hedging)과 같은 선제 대응을 하고 싶어도 비용이 많이 들어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으로 건설 중장비를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엔 환율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상황이 악화돼 지금은 수익이 거의 제로 상태”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방어책을 마련하지 않고 지금처럼 돕는 시늉만 한다면 중소기업에 활로는 없다”고 강조했다.
원·엔 환율이 최근 20% 가까이 떨어지면서 수출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중소 수출업체의 경우 환율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어 활로 찾기가 시급하다. 일본의 엔저 정책으로 엔화가 크게 약세를 보이면서 업계에 악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이날 원·엔 환율은 1180원대 후반까지 빠졌지만 앞으로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대외의존도가 큰 데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수출 주요 품목 대부분이 일본과 중복돼 엔저 현상이 계속될 경우 수출 전선에 큰 타격이 된다. 또 수출, 고용 등의 문제가 서로 얽혀 있어 우려가 큰 상황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의 공통된 요구는 정부가 금융지원책이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해주는 것이다. 대기업과 달리 보유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자구책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산업구조상 적정 환율 밑으로 내려가면 대기업은 잘 견뎌도 중소기업은 못 견디게 된다”며 “환율 하락 때문에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떨어지면 주식시장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환율변동 피해기업을 ‘일시적 경영애로 자금’ 지원 대상에 포함시켜 매출액 대비 수출실적 비중이 30% 이상인 기업 중 매출이 전년보다 30% 이상 줄어든 중소기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정부가 환율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는 정부 차원에서 예측하고 컨트롤해줬으면 한다”며 “급등락할 경우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려서 리스크가 있는 것이지 예측이 되면 그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할 수도 있고 다른 지역을 개척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