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의무교육 20년 걸렸는데… ‘고교 무상교육’ 재원 실타래 풀릴까

입력 2013-01-22 22:02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 공약 가운데 ‘반값 등록금’과 더불어 돈이 가장 많이 드는 공약이다. 하지만 재원 마련에 관해 선뜻 묘안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 현재 교육 관련 세입 구조에서는 돈이 나올 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공약 실현을 위해 정부가 각 시·도 교육청에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과부 내에서도 이 방안이 새 정부에서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학교 의무교육은 시작부터 완성까지 20년이 걸렸다. 고교 무상교육도 100% 실시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예산 얼마나 드나=고교 무상교육에 필요한 돈은 연간 2조7000억원이다.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 입학금, 교과서 대금을 전국 고교생 192만명(지난해 기준) 모두에게 지원하는 데 드는 돈이다.

올해부터 이 돈이 다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기존에 저소득층 고교생을 지원하는 예산(약 93000억원)이 있는데다 공약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이행된다. 박 당선인의 계획은 내년부터 해마다 25%씩 지원 대상을 늘려 2017년 무상교육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해마다 최소 수천억원씩 예산을 늘려가야 한다. 내년 예산이 얼마나 필요할지, 지원을 읍·면 지역부터 늘릴지,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확대할지는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 예산이 어느 정도 확보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교부금 비율 인상은 현실성 낮아=교과부가 내놓은 방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 1% 포인트 인상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수입에서 일부를 떼 시·도 교육청으로 보내는 돈이다. 현재는 내국세의 20.27%가 정해진 비율이다. 지난해 내국세 수입이 약 179조원이므로 1% 포인트 인상이면 약 1조7900억원을 단번에 확보할 수 있다.

교부금 비율 인상은 그러나 부처 간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일이다. 특히 예산을 배분해야 하는 입장인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22일 “기재부는 이 말만 나오면 질색을 한다”며 “‘총력 공격, 총력 방어’가 아니면 실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교부금 비율 인상을 놓고 부처 담당자끼리 욕설이 오간 일도 있었다고 한다. 다른 데서도 돈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교육세 수입이 있지만 술과 담배 소비가 줄면서 세입도 줄고 있다.

◇“반값 등록금보다 고교 무상교육”=중학교 의무교육은 1985년부터 2004년까지 단계적으로 완성됐다. 1994년까지 도서벽지와 읍·면 지역에서 의무교육이 실시됐다. 시 지역으로 확대된 건 그로부터 8년 뒤인 2002년부터 3년 동안이었다. 중학교 의무교육 완성이 늦은 이유도 예산 부족 때문이었다.

교육 전문가들은 그러나 고교 무상교육은 중학교 의무교육보다 속도를 더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도시에 사는 고교생은 수업료로 연간 140만원 안팎을 내고 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 학교운영지원비와 교과서 대금 부담도 연 40만∼50만원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약 68만명(전체 고교생의 35.4%)이 수업료 지원을 받고 있으나 모두에게 전액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교육개발원 김창환 연구위원은 “고교 졸업자는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대학생에 비해 훨씬 적다”면서 “재정이 제한돼 있어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면 반값 등록금 정책보다 고교 무상교육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