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조정 논란 1년… 업계 선도 ‘투사’ 최기의·‘전략가’ 정태영의 진단

입력 2013-01-22 21:36


카드사의 ‘황금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제 카드사는 고객을 무기삼아 가맹점에 서비스를 강요하지 못한다. 대형 가맹점은 영세 가맹점보다 우대받을 수 없고, 고객은 고비용 결제수단인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말처럼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는 고강도 혁신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자신만의 철학으로 업계를 선도해왔던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과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의 출구전략은 무엇일까.

“카드사·고객 달콤함 즐길때 영세가맹점 절규가 사태 키워”

최 사장은 저돌적인 ‘투사’로 불린다. 2011년 국민카드 사장으로 취임한 뒤 1년 만에 NH농협카드와 신한카드를 제치고 체크카드 분야에서 부동의 1위에 올라섰다. 금융 당국이 지난해 체크·직불카드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국민카드는 순풍을 타고 날아올랐다. 업계는 국민은행에서 전략통으로 잔뼈가 굵었던 최 사장의 안목 덕분으로 평가한다.

그는 2011년 말 카드 수수료 분쟁이 시작되자 “수수료 인하는 이미 제공된 고객의 혜택 축소로 향해 가는 시한폭탄처럼 보인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가맹점이 수수료율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줄일 수밖에 없음을 말한 것이다. ‘용감한’ 발언은 카드사 피해를 가맹점에 전가하려 한다는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1년 뒤 개정 여신전문업법이 시행되면서 결국 그의 분석이 옳았음이 드러났다.

최근 최 사장은 다시 페이스북에 자기반성문을 남겼다. 그는 “카드사와 고객 모두 달콤함을 즐길 때 영세 가맹점은 절규했던 것이 지금의 사태를 이끌어 온 것”이라고 반성했다. 이어 “이제 새로운 질서가 진행되면서 카드업계와 소비자는 과거의 추억을 곳간에 묻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뼈아픈 디레버리지(deleverage·부채감소)로 카드업계가 다시 일어설 기반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객 무이자할부 중단하는데 대형가맹점만 무풍지대 안돼”

‘M카드’로 단일 카드 최다고객 보유 신화를 써낸 정 사장은 한발 더 나갔다. 그는 “카드업계가 업(業)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비용 축소에 전념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걸로 성이 안 찬다”면서 “우리의 새 계획이 폭풍처럼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점유율 4%였던 현대카드를 10% 이상으로 끌어올린 ‘전략가’의 발언에 이목이 집중됐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2월 정 사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부임한 현대라이프(전 녹십자생명)에 주목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보험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현대라이프와 카드·캐피털업을 접목시켜 시너지를 극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카드는 이미 지난해부터 대출실적 등 자산 규모 확대 노력을 전면 중단하고 사업 개편에 ‘올인’한 상태다.

정 사장은 최근 카드업 개편 과정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수수료 분쟁에 대해 “지금 구조로 갈 수 없다는 걸 공유해야 한다”면서 “카드사는 수수료 수익이 떨어지고 고객도 무이자 할부 중단을 감수하는데 (대형 가맹점만) 무풍지대로 남겠다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카드 규제에 대해서는 “카드업은 VIP에 대한 혜택을 없앤다고 일반 고객에게 큰 이익이 가는 구조가 아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