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도 인상·평판 따져… 하루벌이 막일마저 별따기
입력 2013-01-22 22:00
이모(45)씨는 최근 보름째 서울 구로동의 인력사무소를 찾아 건설현장 일자리를 구해 봤지만 허사였다. 대학생 조모(24)씨도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건설현장에서 일일노동 속칭 ‘노가다’를 하기 위해 인력사무소 5∼6군데를 돌았지만 일거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최근 일당 6만∼8만원이 지급되는 일용직 건설현장 일감이 급감했다. 새벽부터 인력시장에 나간 일용직 근로자들은 헛걸음하곤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서울 영등포동의 인력소개업체 관계자는 “일용직의 일감이 평소보다 70%나 줄었다”며 “한파로 인한 공사 중단이나 경기 불황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지만, 건설사 측의 일용직 채용 조건이 까다로워진 것이 더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에는 건설사에서 일용직을 차출할 때 근무 태도나 평판, 외양상 보이는 건강상태, 인상,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 전적 유무 등을 꼼꼼히 살핀다”고 말했다.
일용직 근로자들도 달라진 근무환경을 체감하고 있다. 일용직 경력 15년차인 신모(44)씨는 전에 현장에서 점심시간에 술을 마시고 동료와 약간의 몸싸움을 한 적이 있는데 그게 소문이 돌았는지 차출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건설사 관계자들은 일반 일용직 근로자 채용을 꺼리게 된다고 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채용담당자는 “현장에 있는 인력 250명 중 일용직 근로자는 8명뿐이며 나머지는 하청업체 직원들이 대부분”이라며 “일용직 근로자들은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현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데다 사고 발생률도 높아, 건설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장기간 계약돼 있고, 사고 시 책임 추궁이 쉬운 하청업체 직원들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신길동의 한 건설현장 관계자도 “일용직 근로자들은 하루 일하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규칙을 잘 안 지킨다”며 “일과 중 음주가 금지돼 있음에도 숨어서 술을 마신다거나 다른 일꾼들과 시비가 붙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안 그래도 어려운 경기에 일용직 근로자들의 사고 처리를 위한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채용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용직 근로자인 이모(50)씨는 “이제는 인력사무소장이나 건설사 관계자들 눈에 들기 위해 로비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더 막막하다”고 밝혔다.
이사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