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동원] 일자리가 복지보다 중요하다
입력 2013-01-22 19:04
출범을 앞둔 새 정부의 복지공약에 대해 이행 범위와 재원 조달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적게는 130조원에서 많게는 270조원으로 추정되는 소요예산 규모에 따라 복지공약의 이행 가능성과 증세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공약 이행에 쏠린 세간의 뜨거운 관심이 문제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결과로 일자리 만들기에 대한 논의가 소홀히 되어서는 안 된다.
일자리 창출보다 더 좋은 복지정책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집은 일자리에 대한 ‘늘·지·오’ 정책과 창조경제 기반 조성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고용률을 현재 63%대에서 유럽연합(EU) 목표인 7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 공약을 성공적으로 이행한다면 새 정부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공약에 대해서는 인수위는 물론 언론에서도 거의 거론하지 않고 있다.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는 MB정부 5년의 성과가 여실히 보여준다. MB정부의 고용률은 2007년 12월 63.6%를 출발점으로 하여 지난해 12월 63.7%를 기록했다. ‘747’이라는 대망을 안고 출범했던 MB정부가 5년간 이룩한 일자리 만들기 성과는 고용률을 불과 0.1% 포인트 높이는 데 그친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실망스럽다. 지난 5년간 취업자 수는 116만명 증가했다. 이러한 고용 증가는 50대가 126만명, 60대가 46만명 증가한 결과다. 그러나 MB정부 5년간 20대와 30대의 일자리는 71만개 감소했다는 점에 보다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MB정부는 도대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MB정부는 정부 출범 직후 2008년 3월 7% 성장률 달성을 위한 실천계획과 서민생활 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4월에는 경제 활성화 대응 방안, 하반기에는 28조원이라는 전례 없는 대규모 추경을 편성했다. MB정부는 임기 중 비상경제대책위원회를 상설화하다시피 할 정도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금융위기의 역풍 앞에 일자리 성적표는 초라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MB정부 5년간 중앙정부의 전체 지출예산 규모는 41% 증가한 반면 사회복지·보건·교육 예산은 51% 증가해 MB정부는 국민들의 복지 수준을 높이는 데 큰 성과를 보였다. 즉 MB정부 5년 성과를 집약해 본다면 복지지출 확대 측면에서는 큰 성과를 거뒀으나 일자리 창출에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과연 새 정부는 임기를 마칠 5년 후인 2017년 12월 고용률을 몇 %까지 올릴 수 있을까. 역동성을 잃은 세계경제 흐름에 비춰볼 때 실로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복지 확대는 정부가 여하간 예산을 쏟아부으면 되지만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국민의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호전돼야 하고, 기업의 창업과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며, 일자리를 나눠 갖기 위해서는 노조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한 마디로 일자리 창출은 경제 운영의 총체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노조 등 광범위한 논의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정책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MB정부의 복지 확대와 일자리 창출 실패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기 바란다. 특히 집권 초기에 국민들에게 생색나고 성과를 보이기 쉬운 복지 확대에 쏠려 일자리 만들기에 정책의 집중력을 잃는다면 이것은 경제정책의 첫 단추를 잘못 꿰는 것이다. 새 정부는 복지 확대보다 일자리 확대 성과로 평가받으려 해야 한다. 미래의 희망은 복지지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 있다. 복지 확대보다 일자리 창출 문제를 논의하자.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