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 하루 30분만 잘 놀아줘도 ‘일등 아빠’
입력 2013-01-22 18:56
‘친구 같은 아빠’ 대세… 육아 제대로 참여하려면
하하! 호호! 까르륵!
지난 일요일(20일) 낮, 서울 이마트 명일점 문화센터는 아빠와 엄마,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떠나갈 듯했다. 아빠 등에 업힌 채 친구 모자도 빼앗고, 아빠와 함께 ‘싸이 말춤’도 추고…. 제로투세븐의 유아동복 브랜드 ‘알퐁소’가 마련한 ‘알퐁소 플레이클럽’ 1기 회원들의 3차 모임 풍경이다.
민병찬(36·회사원)씨는 “평일에는 늦게 귀가해 주말만큼은 아들 서우(3)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실내에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체조나 간단한 도구를 활용한 놀이 등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엄한 아버지 아래서 자라난 민씨는 나중에 자식에게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겠다’고 마음먹었고, 요즘 그 결심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알퐁소 비주얼마케팅팀 김소영 대리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찾는 부모들이 많아 이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 엄마보다 아빠들의 호응이 뜨거워 놀랐다”고 했다. 이날 모임에도 13가족 중 9가족이 아빠가 참여했다.
육아휴직을 하는 아빠들이 적지 않을 만큼 아빠의 육아 참여는 이제 시대적인 흐름이 됐다. 경기 신구대학교 유아교육과 임영주 겸임교수는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면 자녀의 지능과 언어,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해야 그 효과가 100% 발휘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최근 ‘아이의 사회성 아빠가 키운다’는 저서를 출간한 부모교육전문가이다.
30,40대 아버지들 대부분은 가부장적인 아버지 아래서 자란 세대로, 자녀 육아에 참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따라서 ‘내 아버지처럼 엄하고 무심한 아버지는 되지 않겠다’고 다부지게 마음먹지만 제대로 된 아빠 노릇에 대한 롤 모델은 없다. 그래서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마음만 앞서 실수를 하기도 한다.
임 교수는 우선 “아빠가 자녀양육에 참여할 때 엄마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되 남성성을 바탕으로 한 아빠 특유의 절제와 단호함을 잃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빠는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며 객관적, 이성적으로 자녀를 대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친절한 아빠, 따뜻한 아빠이면서도 남성이 가진 도전 정신과 강인함을 보여 주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민씨처럼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임 교수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어야지 아이의 친구가 되어선 안 되며, 권위적인 아빠여선 안 되지만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종종 아이가 떼를 부리거나 부당한 것을 고집할 때 무조건 아이 말을 들어주는 ‘딸바보’ ‘아들바보’인 아빠들이 친구 같은 아빠라고 자부하는데 이는 잘못된 양육방법이라는 것. 임 교수는 “자녀가 멋진 인생을 살기 바란다면 옳고 그름, 해도 되는 일과 그렇지 않은 것,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할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아에서 엄마보다 아빠가 더 잘 할 수 있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몸으로 놀아주기다. 특히 자녀가 남자아이일 때는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임 교수는 “자녀가 아빠와의 놀이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사회적 능력과 감성지능이 높아진다”면서 온몸으로 놀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럴 때마다 아빠들이 내미는 변명은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30분 정도만 집중해서 놀아 주면 되므로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아이와 놀 때는 놀이의 종류와 진행방식을 아이가 정하게 하고, 아이가 실패와 성공을 골고루 경험할 수 있게끔 때로 져주도록 한다. 그리고, 놀이를 마친 다음에는 ‘아빠도 즐거웠다’고 표현해주는 것이 좋다.
임 교수는 이밖에 대인관계지능을 높이고 성교육을 겸할 수 있는 목욕같이 하기, 자녀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책 읽어주기 등을 아빠가 꼭 해줘야 할 것들로 꼽았다. 임 교수는 “아이가 어렸을 때 정서적 유대관계가 형성된다면 자녀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도 말이 통한다”면서 아이는 금세 자라니 때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