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中과 잇단 브랜드 독점 계약… ‘히든 챔피언’ 꿈꾸는 한국 중견기업의 힘
입력 2013-01-22 19:48
“우리 의류업계의 원단과 생산기술, 디자인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중국 시장에서 얼마든지 최고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다.”
중견 의류업체인 신원이 중국 시장에서 대기업도 하지 못하는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신원은 22일 여성복 비키(VIKI) 브랜드를 중국에 독점 판매하는 계약을 중국의 유명 패션 업체인 정영복장무역유한공사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한국 브랜드 최초로 중국 카누딜로 복식고분유한회사와 남성복 지이크, 지이크 파렌하이트 2개 브랜드의 20년 독점 판매권 계약을 맺은 지 한 달여 만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으로 국내에 비키와 동일한 여성복 브랜드 2개 이상을 운영하는 영업이익 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성사된 계약도 지이크 파렌하이트가 중국 전체 매출 1위인 항저우따샤 백화점에서 남성복 브랜드 1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을 지켜본 중국 카누딜로 측이 신원에 러브콜을 보내오면서 성사된 것이어서 전망이 밝은 편이다.
카누딜로는 중국 남성복 브랜드 운영 회사 최초로 중국 A주에 상장된 회사로 발리, 페라가모, 아르마니, 던힐 등의 명품 브랜드들을 중국에서 대리 판매하고 있는 유명 회사다.
시진핑 정부 정권교체 이후 중국 경제의 내수 활성화가 기대되는 가운데 신원이 중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함에 따라 중국에서 ‘K패션’ 열풍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1973년 직물 편직기 7대와 직원 13명으로 회사를 설립, 올해 40주년을 맞은 박성철(73·사진) 회장은 “지난 40년 동안의 광야생활을 기반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이 줄을 잇는 가운데 신원의 진출이 눈길을 끄는 것은 외환위기 파고를 넘지 못해 19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5년 만에 졸업한 중견 기업이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또한 매출 규모를 부풀릴 수 있는 직진출 대신 재고 처리와 마케팅 비용 등의 부담이 없는 장기 독점 판매계약 형태를 선택했다는 점도 다른 기업들의 중국 진출과 차별화된다. 신원은 ‘베스띠벨리’ ‘씨’ 등 국내의 다른 브랜드도 모두 중국에 진출시킬 방침이다.
신원이 중국 유명 회사들과 장기 계약 체결에 성공한 것은 2000년대부터 중국 시장에 40여개 현지 법인을 설립, 시장을 탐색하고 신뢰를 쌓아온 것이 주효했다. 박 회장은 “중국은 10년 전만 해도 생산시장이었지만 이제는 거대한 판매시장으로 변했다”며 “탐색과 준비는 끝난 만큼 원단과 생산기술, 디자인 등 3박자를 갖춘 최고 브랜드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서 18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제품을 생산하는 신원은 개성공단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투자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박 회장은 “세계 시장에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히든 챔피언이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