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정부 압박에 두 손 들고… ‘전인미답 조치’ 이뤄진 日
입력 2013-01-22 21:48
일본 중앙은행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팔 비틀기에 결국 항복해 경기부양을 위해 인플레이션 목표를 2%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특히 ‘중장기 목표’였던 인플레이션 상향 목표를 정부 압력에 못 이겨 일본은행이 ‘조기 달성’으로 정책 목표를 바꿈에 따라 가뜩이나 엔저(円低)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 수출업계는 비상등이 켜졌다.
일본은행은 이틀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제로금리 정책과 금융자산 매입 등 필요한 조치를 중단이 필요한 시점까지 취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기한을 정하지 않고 매월 일정액의 국채 등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입하며 자산 매입은 당분간 매월 장기국채 2조엔, 단기채권 10조엔 등 13조엔 규모로 이뤄진다.
일본은행은 금융완화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시장에 돈을 풀었다. 이는 2003년 이후 9년8개월 만으로 일본 언론은 이번 양적완화를 ‘전인미답’의 조치라고 평가한다. 일본은 아베 정권 출범 후 추경편성 등을 통해 무려 20조2000억엔(약 240조원)을 시장에 풀었다.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심의위원 2명은 인플레이션 목표치 2% 설정에 반대했으나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 등 7명은 찬성입장을 보였다. 당초 시라카와 총재는 인플레이션 목표 상향 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과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생상 등은 시라카와 총재와 함께 공동성명을 내고 관련 내용을 아베 총리에 보고했다. 아베 총리는 “금융정책을 대담하게 수정한 획기적 문서”라며 “2% 인플레이션 상향 조정 목표를 하루라도 빨리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은 또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에 부응해 정부가 대담한 규제·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세제를 활용한 모든 정책을 총동원해 지속가능한 재정구조 확립도 추진키로 했다. 일본은 또 아베 총리가 의장인 ‘경제재정자문회’에서 일본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상황을 정기적으로 검증키로 했다.
일본이 무제한 금융완화책을 내놨지만 경기부양을 이끌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본은 지난해에만 46조엔을 퍼부었으나 금융기관과 중앙은행 사이에서만 맴돌 뿐 기업의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대외적으로 환율전쟁과 글로벌 버블을 촉발하는 등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적으로는 인위적인 엔저 정책을 유도함으로써 수출 대기업의 배만 불릴 뿐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서민생활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