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회복 조짐 보이지만… “현 상황은 그레이 스완”

입력 2013-01-22 19:27


세계 경제에 완연한 ‘봄바람’은 아니지만 회복 ‘조짐’은 보이고 있다. 중국·미국 경제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신흥국에서도 긍정적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아직 낙관할 수만은 없다. 유럽은 아직도 재정위기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레이 스완(Gray Swan·회색 백조)’이라고 진단했다.

박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최근 경기회복과 관련한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국제 금융시장은 재정절벽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고 유로존(유료화 사용 17개국) 우려가 완화되는 등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한발 더 나갔다”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도 그레이 스완을 우려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블랙 스완(Black Swan·검은 백조)’의 충격은 없겠지만 리스크를 해결할 방법 없이 위기가 만성화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경제·통화정책 수장이 동시에 경기회복을 언급한 것은 각국 경제지표가 좋은 흐름을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두드러진다. 2011년 1분기 10%대 벽이 깨진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난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4분기 GDP가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경제지표에서도 ‘온기’가 느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취임연설에서 “경제 회복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전기 대비 미국의 산업생산은 지난해 10월 -0.7%에서 11월 1.1%, 12월 0.3%로 꿈틀거렸다. 2011년 3분기 9.1%까지 치솟은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7.8%를 기록하며 크게 낮아졌다. 지난주(17일 기준)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33만5000건으로 집계돼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에서도 미약하나마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지난 18일 일본 백화점협회는 지난해 백화점 판매가 전년보다 0.3% 증가한 6조1400억엔으로 16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에도 조금씩 활기가 돌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달 무역수지와 지난해 11월 경제활동지수, 산업생산 등 올 들어 발표한 6개 경제지표가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태국 중앙은행은 글로벌 경기회복을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4.9%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세계은행은 지난 15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4%로 내렸다.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유로존은 당분간 부진한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찬희, 세종=백상진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