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꿈 찾은 주부 3인방 & 멘토 정회일씨… 죽음의 문턱서 만난 책이 인생 바꿔

입력 2013-01-22 21:29


#출산후 산후 우울증으로 모든 것을 포기했다. 죽음 문턱까지 갔다 우연히 떡 케이크를 알게 됐다. 떡 케이크를 만들면서 일부 치유가 되었지만 상실감은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진정한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다(남윤미·29·인천 동양동).

# 돈 버느라 일에 열중했던 20대, 꿈도 목표도 없었다. 서른에 결혼하고 임신한 뒤 입덧이 심해 회사를 그만뒀다. 살림과 육아에 지쳐 점점 초라해져만 갔다. 그랬던 내가 올겨울 아들에게 자랑스런 엄마가 되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이영미·32·인천 가좌동).

#아이 둘을 낳아 키웠다. 30대 후반 세상에 다시 나가려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란 무력감에 휘둘렸다. 자신에 대해 회의가 들고 자꾸 움츠러들었다. 2년 전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이렇게 변한 나에게 영향을 받는 사람도 생겼다(황재인·43·전북 익산).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림하느라 자신을 잊고 살았던 3명의 전업주부, 이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고, 꿈을 안겨 준 것은 무엇일까? 지난 18일 서울 역삼동의 한 영어학원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들은 ‘꿈행부기(독서로 꿈꾸는 행복한 부자 만들기)’ 카페 회원들로, 자신들을 바꾼 것은 다름 아닌 독서라고 했다.

꿈행부기 스태프로 활동하고 있는 남씨는 “우리는 영어공부를 하려다 ‘독서의 바다’에 풍덩 빠진 행복한 아줌마들”이라면서 우리를 독서의 세계로 이끈 사람은 바로 영어학원 원장이라고 말했다. 영어학원 원장이 영어는 가르치지 않고 독서법을 강의하는 건가? 영나한(영어연수 나는 한국에서 한다) 영어 학원 원장 정회일씨는 “고교시절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복용한 스테로이드에 중독돼 7년간 고생하면서 무위도식하다 독서를 통해 일어섰고, 그 경험을 나누기 위해 카페 꿈행부기를 열었다”고 밝혔다. 그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2000여권의 책을 읽었다고. 명지대 1학년을 다니다 중퇴한 정 원장은 “영어공부법과 관련된 책 300여권과 원서 200여권을 독파한 뒤 우리에게 알맞은 공부법을 터득해 영어 학원 원장까지 된 나를 통해 독서의 힘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영나한 홈페이지에 들어왔다 독서를 하게 된 황씨는 “처음 가입했던 2011년 초 ‘시골아줌마’였던 별명을 그해 말 ‘반짝반짝눈부셔’로 개명했다”면서 정 원장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남씨와 이씨도 고개를 숙였다.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세 사람의 인사에 정 원장은 손을 내저었다. 정 원장은 “세 분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컸기 때문에 독서를 하게 됐고, 실천을 통해 변화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라면서 멘티들에게 공을 돌렸다.

2011년 독서를 시작한 황씨는 월 20여권씩 읽으면서 “사회에 재도전하기 위해 토목기사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독서 경험을 나누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독서를 시작한 남씨는 한 달에 10여권씩 읽으면서 “떡케이크와 남윤미라는 사람을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당찬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떡 전문가들을 만나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꿈행부기에 합류한 이씨는 월 8∼9권씩 읽으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꿈 찾기에 온힘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나를 비우고 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고 실천하자’는 정 원장의 가르침에 따른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독서가 좋다는 것은 누구다 다 아는 일이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정 원장은 일단 자투리 시간을 내서라도 책을 읽기 시작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독서의 세계에 발을 담갔다면 독서를 습관화해야 한다. 정 원장은 “자신이 좋아하고 흥미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5∼6권 한꺼번에 구입해 읽기 시작하라”고 했다. 재미가 있어야 쉽게 접근이 되고, 돈을 주고 사야 아까운 생각이 들어 끝까지 읽게 된다는 것.

평소 책과 친하지 않았던 사람이 쉬지 않고 책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처음에 곧잘 읽다가도 지치게 마련이다. 정 원장은 “빠른 사람은 1주일, 늦어도 한달이 지나면 고비가 오게 마련”이라면서 그럴 때는 독서를 이끌어 줄 멘토, 같이 책을 읽을 동지를 만나거나 도서관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멘토나 동지를 만나 “왜 책을 읽게 됐나” 초심을 확인하면서 다시 힘을 얻을 수 있게 되고, 책 읽는 것이 몸에 배게 된다는 것.

정 원장은 “책을 많이 읽어도 변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이들은 실천하는 독서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책의 내용을 비평하고 비난하기 위해, 유희나 여가생활의 하나로, 또는 강의나 자랑할 목적으로 책을 읽기보다는 책을 읽은 뒤 사색하고 하나라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