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개편안 역할과 한계… ‘추천권’ 쥔 인사위, 총리·장관 인사권과 중첩 우려
입력 2013-01-22 19:33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에 신설되는 인사위원회를 상설 기구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비서실장을 위원장, 수석비서관을 위원으로 참여시키는 합의체 형식으로 위원회를 운영해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관계자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설기구로 방향을 잡았다. 인선이 있을 때마다
구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위원과 사무처를 갖춘 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성과 기능에 대해서는 “인사위원들이 모여 대상자의 역량·인품·평판을 논의한 뒤 단·복수의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당선인의 인사위원회 구상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대통령의 인사권 분점이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의 공통된 반대와 같은 특별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대통령이 위원회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식으로, (인사위원회가) 강한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 당선인이 역할이 분명한 공식기구의 인사 추천을 신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당선인은 운영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역대 정권 인사시스템의 장단점을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참여정부의 ‘인사추천회의’를 참조했다고 한다. 참여정부는 당시 인사수석이 주재하는 회의체를 상설화해 공직 후보를 결정하고, 그 결과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을 갖춰 대통령의 인사권이 어느 정도 분산되는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가 인사만큼은 공정했다고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사위원회를 독임제(獨任制) 대신 합의체로 구성한 점은 대통령 측근·실세들의 인사권 전용으로 실패했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참여정부의 경우 대통령과 실세들의 입김이 인선에 작용해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받았고, 현 정부도 대통령 측근을 기용해 ‘고·소·영’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박 당선인이 이런 점을 고려해 인사수석과 인사기획관 등의 권한이 집중될 수 있는 인사전담 직제를 폐지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인사위원회가 담당할 인사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은 점은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범위는 일단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는 모든 직책’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대통령 인사권을 국무총리와 각 부 장관에게 분산하겠다고 약속했다.
총리와 경제부총리 등 장관보다 높은 자리는 대통령의 고유 임명 대상으로 제외하더라도,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한과 장관의 부처 및 산하기관장 인사권 행사는 인사위원회 업무와 중첩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청와대와 내각이 인사권 행사에 있어 명확한 업무 분장과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사위원회를 통한 대통령 및 측근들의 인사 개입 논란이 재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