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법 거부권 행사] 정부 거부이유는… 1조 이상 재원·다른 사업자들과 형평성
입력 2013-01-22 19:31
대체입법 내용은… 택시기사 복지기금 등 실질적 처우개선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법’(이하 택시법)에 대해 정부가 국회나 택시업계와의 갈등을 무릅쓰고 거부권을 행사한 가장 큰 이유는 재정 부담 때문이다.
◇정부가 택시법 거부한 이유는=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가 유가보조금이나 세제 지원 등을 통해 택시업계에 지원하는 금액은 2011년 기준 8247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만약 택시법이 통과돼 택시업계가 버스 수준의 재정 지원을 요구하면 총 1조원 이상의 재원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이 22일 국무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택시법은 재정 부담이 수반되는 법률”이라고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대중교통 지원을 위한 재정 부담의 대부분은 지자체 몫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지자체 재정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노선과 시간표에 따라 대량 수송하는 여객선과 통근·통학 등에 사용되는 전세버스 등이 대중교통에 더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택시를 준공영제처럼 지원하면 자칫 자영업자인 개인택시의 영업 손실을 보전해주는 결과를 초래해 다른 업종 자영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발생 소지도 생긴다.
이밖에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한 외국 입법 사례가 없고, 교통 혼잡과 대기오염을 줄이자는 대중교통법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 등도 거부권 행사의 배경이 됐다.
◇정부가 내놓은 택시지원법 내용은=정부는 택시법 대신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안’(택시지원법)을 대체입법안으로 마련해 입법예고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택시지원법안에는 택시법에는 없는 운전자의 복지 개선을 위한 운수종사자 복지기금, 유류비 등 운송비용의 운전자 전가 금지, 운전자의 장시간 근로 방지 등이 포함돼 있다. 택시 운전자를 위한 보다 실질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택시회사 합병 등 구조조정 시 재정 지원과 택시 차고지 건설비용 지원, 차량 취득세·LPG 개별소비세·부가세 등의 조세 감면 혜택 등도 포함됐다. 또 과잉공급 대책 및 택시 이용자 서비스 개선 방안도 마련돼 있다. 택시 과잉공급 지역에서는 개인택시 면허 양도 및 상속이 금지되고, 승차거부·부당요금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및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정부 관계자는 “택시법은 사실상 택시회사에 혜택을 주는 법이지만 택시지원법안은 택시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택시기사 근로 여건과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