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인정 교과서에 과도한 국가 개입은 금물
입력 2013-01-22 18:59
교과서 내용을 둘러싼 논란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시작됐다. 10년간의 진보정권이 종식을 고하는 것과 때를 같이해 뉴라이트쪽 사람들이 기존의 교과서가 지나치게 좌편향됐다며 수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일부 검인정 교과서에 내용 수정을 지시했고, 이에 반발한 저자들이 월권행위라며 소송을 내 현재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남겨 놓고 있다. 1심은 저자가, 2심은 교과부가 이긴 상태다.
당시 문제가 된 교과서를 본 결과 일선 학교에서 교재로 삼기에 무리한 내용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승만 정권의 정체성, 광복과 분단, 미·소 군정 등의 근현대사 전반에 걸쳐서 진보학계의 시각이 지배적인 관점으로 제시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인한다거나, ‘남한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단독정부 수립의 과정을 밟아 나갔다’라는 식으로 북한에 대해 지나치게 호의적 시선으로 바라본 것도 눈에 거슬렸다.
교과부는 이렇게 만들어진 교과서가 전교조 교사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채택돼 학생들의 시각을 왜곡시켜 궁극적으로 국가 정체성의 위기를 가져온다고 보고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장관의 교과서수정권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기본권 제한은 법률에 근거해야 하므로 이번에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반영했다. 그러면서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사유로 객관적 오류, 통계나 사진의 갱신, 학문적 정확성 및 교육적 타당성 결여, 교육과정의 부분개정 등 사정 변경, 검인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내용발견 등을 명시했다. 또 검인정 기준으로는 헌법정신의 부합, 교육의 정치적 중립 등을 명시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 8월의 개정안보다 진일보한 것이지만 몇 가지 항목은 여전히 모호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굳이 진보학자들의 주장을 따르지 않더라도 학문의 자유와 교육자치 정신을 존중하면서 국가 개입은 최소화하는 것이 문명사회의 기본이다. 따라서 ‘교육적 타당성’이나 ‘정치적 중립성’과 같은 항목은 분명한 선을 쳐야 한다. ‘필요한 경우 감수할 수 있다’는 조항도 공연한 시비를 불러올 여지가 커 보인다.
저자들도 앞으로는 교과서를 진영의 논리를 전파하는 무대로 삼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사상의 자유시장을 내세운다 해도 전문학자들을 위한 논문이나 개인의 저술이 아닌 바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교과서를 편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부도 국정교과서는 흔들리지 않는 국가관을 담되 검인정교과서는 당초 도입한 제도의 취지에 맞게 어느 정도 유연성을 두어 차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과서는 국민 분열의 도구가 아니라 통합의 수단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