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역흑자 이끈 자동차산업 앞으로가 문제다
입력 2013-01-22 18:57
지난해 자동차산업 무역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 규모가 285억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산업 흑자는 전체 무역흑자의 2배 이상으로 흑자 달성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미국의 경기침체와 유럽 재정위기에도 우리나라가 2년 연속 무역액 1조 달러를 달성하며 세계 8위 무역대국 위업을 달성한 것도 자동차의 힘이 컸다.
1976년 국산차 포니 5대를 에콰도르에 첫 수출한 뒤 36년여 만에 이룬 쾌거여서 흐뭇하다. 과거 경쟁사들보다 싼 가격으로 승부하던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품질 향상과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씽씽 달리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대외환경이 좋지 않아 걱정이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으로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나 수익성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엔저 정책을 통해 자국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더욱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대량 리콜사태 이후 전 세계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했던 일본 도요타는 지난해 GM에 내줬던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세계 5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2011년 도요타와의 격차가 135만대까지 좁혀졌지만 지난해 258만대로 다시 벌어졌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100엔당 원화 환율이 10% 하락하면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액이 12%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엔저로 가장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업체도 현대차다.
강대국들의 환율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생산기지 다변화, 결제통화 다변화 등 환위험 관리 대책을 철저히 세우고 원가절감과 신흥시장 개척, 서비스와 품질 향상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부품업체 경쟁력도 함께 키워야 한다. 친환경·스마트카 시대가 다가오면서 핵심 부품 기술력이 중요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부품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부품업체들의 연구개발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 우리나라 고질병인 노사갈등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달리는데 주춤거려서도 물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