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WEC한국본부장 박경남·조경아 선교사 부부] “복음은 사명이지만 문화까지 심지말라”

입력 2013-01-22 18:59


80여개국에서 선교사 2200여명이 활동하는 초교파 국제 선교단체인 WEC국제선교회(WEC)가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1997년 출범한 WEC한국본부는 비록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다음 한 세기의 세계선교에서 감당해야 할 몫이 크다. 한국은 ‘해외 선교사 파송 세계 2위국’으로 발돋움했고 이제 한국형 선교모델을 토대로 그 내실을 기해야 하는 ‘터닝 포인트’를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서울 양재동 WEC한국본부 사무실에서 본부장인 박경남 조경아(여) 선교사 부부를 만나 앞으로 한국선교의 지향점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그를 위해 헌신한다는 선교사로서의 정체성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선교사는 “영국 선교사 C T 스터드가 아프리카 심장부에 복음을 전하면서 시작된 WEC의 창립 정신을 가슴 깊이 돌아보며 다음 한 세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교사 파송 대국이라는 양적 성장에 안주할 게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 나이지리아 이집트 등지에서 기독교 박해가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는 등 앞으로의 선교 환경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교지에 복음을 이식하는 방식이 아닌 녹아들어가도록 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박 선교사는 “복음을 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선교사의 사명이지만 문화까지 함께 심어주는 방식이 돼선 안 된다”며 “그 사회의 내부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해 그곳에서 빛과 소금으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 선교사는 “어느 정도 개발이 돼 있는 아제르바이잔이나 터키의 경우 현지에서 선교사가 직장을 갖고 자연스레 복음을 전하는 선교, 직장 개념이 희박한 아프리카의 씨족 사회에선 NGO의 지역개발 방식 선교 등으로 다양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척박한 토양에서 기도운동 등을 통해 복음의 싹을 틔워내고 결실을 맺은 한국교회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토대로 한 한국형 선교모델이 선교지에 뿌리를 내리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이 한국의 선례처럼 피선교지에서 파송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선교사 재훈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이들은 선교사의 특정지역 쏠림 현상과 관련해 선교사를 파송하는 교회와 교단이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인력의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 파송 단계에서 선교단체나 교단 차원의 체계적인 로드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선교사는 “예를 들어 어느 교단의 한 노회는 교회가 없는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파송하고 다른 노회는 그 지역을 피함으로써 선교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선교사는 “세상적인 잣대로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려다보면 쏠림현상이 생길 수 있다”며 “무엇보다 선교의 총사령관인 하나님께 순종하는 자세로 현지에 파고드는 선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44세 동갑이자 연세대 원주의과대 87년 입학 동기인 부부에게 선교가 무엇인지 물었다.

“선교는 하나님이 행하시는 사역에 동참해서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을 경험하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변해갑니다. 선교는 어떤 의무라기보다는 예수님의 한 제자로서 기쁘게 걸어갈 수 있는 삶,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부터 선교사로 사역하면서 변화된 모습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