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딸을 인도로 보내고

입력 2013-01-22 18:59


며칠 전 대학 1학년을 마친 딸아이를 인도 콜카타(Kolkata)로 보냈습니다. 서울 강남 서초동에 살면서도 고교생활은 조금 남다르게 하고 싶었던 아이는 광주광역시의 외곽에 위치한 작은 고등학교를 다녔었습니다. 좋은 지역에서 태어나 괜찮은 교회 담임목사 딸로 자라난 아이에게 다른 세상에 눈 뜨게 하고 싶고 형편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 앞으로의 비전을 좀 더 성경적으로 열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광주에서의 고교생활을 통해, 의도한 것보다 훨씬 많은 도전을 받은 모양입니다.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한 딸아이가 지난해 봄에 1년쯤 휴학을 하고 어려운 나라에서 봉사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는 제의를 했습니다. 딸의 제안에 당황스러우면서도 내심 반가웠기에 어디로 보내면 좋을지 탐색을 하다 결정한 곳이 인도의 콜카타였습니다.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로 널리 알려진 도시 콜카타, 그곳에 계신 선교사님과 연결하여 현지 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도 가르치고 많은 환자와 어린이를 돌보는 기관에서 사역도 하기 위해 그곳으로 정했습니다. 어린 시절 취득한 태권도 1단이지만 가르치려면 승단이 필요할 것 같아 여름방학에는 도장에서 열심히 운동을 해 2단이 됐습니다. 언어 소통을 위해 영어도 부지런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얼마 전 인도로 출발했습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떨어뜨렸던 아이를 다시 1년 동안 해외로 보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데 기특한 생각을 격려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보냈습니다.

집안이 텅 비었습니다. 아들은 군에 가서 연말에 전역 예정인데, 딸아이도 그때쯤 인도에서 돌아올 것이니 올해는 ‘빈 둥지 증후군’을 앓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보낸 후에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그동안 아빠로서 보여준 남을 배려하고 섬기는 삶에 대한 열정이 아직까지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합니다. 딸아이가 아빠의 삶에 영향을 받은 듯해서입니다. 좋은 형편에 살면서 자기중심적이거나 편안한 환경에 기대는 것에 길들여질 수도 있었을 텐데 염려했던 것보다는 기대하던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아울러 자녀를 바르게 성장시키는 것이 품에 곱게 안기만 하는 것보다 때론 힘든 상황에 밀어 넣기도 하고 스스로 잘 견뎌내도록 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기초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스펙 쌓기에 바쁘고 처절한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자기 위주로 살아야 하는 퍽퍽한 세상에서 좀 더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딸을 홀로 인도의 편치 않은 환경으로 떠나보낸 후, 딸의 빈 방을 들여다보는 아빠의 마음 한 구석이 뻐근해 옵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