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배출가스·연비 2중측정… 행정 낭비

입력 2013-01-21 19:10

자동차 새 모델이 출고될 때마다 환경부와 지식경제부가 각각 똑같은 방식으로 배출가스 인증과 연비 측정 업무를 중복 수행하고 있어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

21일 환경부와 업계에 따르면 온실가스와 연비는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 배출가스 측정 결과를 공식에 대입하면 자동적으로 산출된다. 현재 배출가스는 제작사의 시험을 거쳐 환경부가 인증하지만 연비표시제는 자동차 제작사나 자동차부품연구원 등 공인 인증기관에서 연비를 시험한 후 지식경제부 산하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승인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제작사들은 연비 측정 시 연비를 높이기 위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늘리는 측정 방식을 동원한다. 배출가스 인증 때에는 반대 방식을 채택한다. 녹색교통운동 송상석 사무처장은 “측정 방식을 연비에만 맞추면 배출가스 측정치가 부정확해진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국 현대차 연비 리콜 사태는 이 같은 문제점이 노출된 것”이라며 “규제 기관이 연비와 배출가스 및 온실가스 모두를 측정·감시하는 것이 측정치의 일관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연비와 배출가스 측정은 각각 규제의 목적이 다르므로 별도로 할 필요가 있다”면서 “2중 규제나 행정력 중복투자 문제점에 대해서는 양 부처가 협의해 업계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점검 인력과 장비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공동 측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사별로 평균 온실가스나 평균 연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목표치를 달성하도록 하는 규제도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다. 온실가스 규제의 처벌 조항은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지만 연비 규제는 처벌 규정이 없다. 온실가스 규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제작사들은 처벌 조항이 없는 연비 규제를 선택할 것이 자명해 규제 효과가 사라진다. 미국의 경우 연비, 배출가스, 평균 온실가스·연비 규제 3가지 모두 환경청에서 담당한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