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취소 위기’ 서남대 의대졸업생들 이미 의사 활동 중… 교과부, 의대 인가후 감사 제대로 안해
입력 2013-01-21 21:31
교육과학기술부 감사 결과 총체적 부실 운영이 드러난 서남대 의대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교과부가 대학 측에 학위 취소를 요구한 134명 졸업생 대다수가 의사국가시험을 합격하고 이미 의사로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돼 처리를 놓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의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교과부의 학위 취소 요구에 반발했다.
21일 교과부에 따르면 임상실습 시간 부족으로 인한 학점 미달로 학위 취소 위기에 몰린 서남의대 졸업생 134명은 모두 2004학번부터 2006학번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일선 병원에서 레지던트나 인턴 등으로 진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교과부의 학위 취소 요구가 현실화되면 이들의 의사면허도 자동적으로 취소된다. 의료법 제5조는 ‘교과부가 인정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학위를 받아야 의사면허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100여명의 의사가 면허를 반납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의사면허 관련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교과부 조치에 대한 서남대의 이행 여부를 보고 후속 방향을 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학 측에서 이의신청 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법원 판결 전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구제 방안과 관련해서는 “학점을 추가로 이수하면 의사국가시험 결과를 인정하는 예외규정을 국회와 상의해 법 개정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대의 부실 교육과 운영을 방치한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도 도마에 올랐다. 서남대의 경우 2008년 교과부 감사를 받았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 정원 부분만 감사 대상이었고 의대 부분은 제외됐다. 교과부가 의대 인가를 내준 뒤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들여다본 적은 지난해까지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교과부가 올들어 감사에 나선 건 검찰 수사로 서남대 비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교과부의 의대 교육 감독 부실은 관동대 의대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관동대 의대는 1995년 개설 이후 무려 17년이나 부속병원 없이 운영됐다. 당시 의대 설립 인가 조건인 부속병원을 만들지 않고 의대를 운영한 것이다. 하지만 교과부가 제재에 돌입한 것은 2012년도였다. 관동대 의대는 부속병원을 설립할 때까지 매년 10%씩 정원을 감축해야 하는 제재를 받고 있다. 관동대 의대에 대한 교과부 감사 역시 의대 설립 인가 이후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교과부의 관리·감독 소홀과 해당 대학의 부실 운영 등 근본 문제점은 외면한 채 선량한 학생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반발했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의대에 대한 사후 관리나 조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부실 운영을 방치한 정부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태원 이도경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