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태아 유산으로 꾸며 낙태 수술… 금감원, 무자격 수술 원장 등 병·의원 관계자 168명 적발
입력 2013-01-21 18:56
환갑의 퇴직 간호조무사를 유명 의사로 둔갑시켜 불법 성형수술을 자행한 병원이 적발됐다. 이 병원 의사는 멀쩡한 태아를 유산된 것처럼 꾸며 낙태수술을 하고 돈을 챙기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2011년 5월부터 최근까지 보험사기 연루 의혹이 있는 병의원 58곳을 조사해 허위 진단서 발급, 무자격 수술 등을 해온 병원장 최모(62)씨 등 의료 관계자 168명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최씨 등과 짜고 ‘무늬만 환자’ 역할로 보험금을 타낸 보험 가입자 3891명도 함께 덜미가 잡혔다. 이들이 챙긴 보험금은 320억원에 달한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최씨는 2010년 7월∼2011년 11월 대전 갈마동에 전공이 아닌 정형외과 의원을 차려놓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억7000여만원을 부당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은 것처럼 꾸미거나 입원 기간을 늘린 서류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 병원에서만 환자 208명이 허위 청구로 보험금 8억원을 챙겼다.
최씨는 임신부에게서 50만원을 받고 태아가 자연유산된 것처럼 초음파 검사 화면을 조작해 낙태수술로 부수입을 올렸다. 또 환자들에게 서울의 유명 성형외과 의사를 초빙했다며 쌍꺼풀, 앞트임, 코높이 수술 등 각종 시술을 하고 80만∼3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수술은 전직 간호조무사 김모(63·여)씨가 했다.
이 병원은 병원을 직접 차릴 수 없는 이모씨가 의사인 최씨 명의를 빌려 개원한 사무장 병원이었다. 연봉 수천만원을 주고 최씨를 고용한 사무장 이씨는 지난해 11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무장 병원들이 본연의 책임을 도외시한 채 사무장 개인의 영리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보험사기의 온상일 뿐 아니라 무면허 의료행위까지 자행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병의원 가운데 19곳이 사무장 병원으로 3곳 중 1곳 꼴이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조사 범위를 허위 입원에서 허위 수술, 허위 장애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