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휴게실 103일간 점거… 구청 홈피 도배… 공공기관 ‘떼법’ 골머리

입력 2013-01-21 19:33


기업에 보상금을 목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처럼 공공기관에 각종 민원과 항의를 상습적으로 하는 악성 민원인들 때문에 일부 기관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 한 시민단체 회원 3명이 찾아와 이미 종결된 사건 수사를 다시 해달라며 수사 관계자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103일간 경찰서 1층 민원인 휴게실에 머물며 수사 결과에 대해 항의하다 퇴거불응 혐의로 6개월 징역까지 살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비정기적으로 경찰서를 찾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단체 회원들은 지난 7일에도 ‘서장은 물러나라’며 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21일 “이들이 수사기관 등을 상대로 제출한 고소장과 진정이 100건 이상인 것으로 안다”며 “항의가 지나쳐 결국 별도의 자리를 마련,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지만 경찰 수사의 문제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는 썩은 공무원과 재벌을 색출해내겠다는 취지의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며 관련 시위 활동을 수도권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수사 결과에 대해 감사원이나 경찰, 법원, 검찰에 계속 진정서를 제출하고 1인 시위나 집회를 열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제기하는 사안은 대부분 법적으로 종결된 것이다.

구청 등 다른 공공기관도 인터넷 홈페이지에 민원성 글을 도배하거나 떼를 쓰는 사람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일부 구청은 홈페이지에 ‘비방이나 타인 명예훼손, 동일 안건에 대한 반복적인 글 등은 등록자의 동의 없이 삭제 또는 비공개로 변경한다’는 공지를 띄워놓을 정도다. 하지만 자신의 글을 함부로 지웠다고 항의하거나 구청의 음모론까지 제기하는 민원인도 있다.

서울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주정차 벌금을 받은 후 억지를 부리거나 직원이 불친절하다며 계속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생길 정도”라며 “아직도 ‘떼법’이 통할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착각”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