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관광객 격감·해외 여행은 활기… ‘환율 명암’

입력 2013-01-21 21:26


다음주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대학생 김지헌(24)씨는 요즘 환율을 볼 때마다 미소가 나온다. 달러화 가치가 계속 추락해 생각지도 않은 ‘공돈’이 생긴다는 생각 때문이다. 70만원(약 662달러)을 환전할 계획인데 여행을 처음 계획하던 6개월 전보다 6만3000원(약 60달러) 정도 이득을 본 셈이다.

서울 명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재연(가명·52)씨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이 뚝 떨어지면서 환율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일본인 관광객의 경우 최근 들어 4분의 1이 줄었다”며 “그나마 환율이 좋을 때는 한 번에 20만∼30만원어치를 사가던 관광객도 이제는 그 액수를 크게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면서 원화 가치는 급등(환율은 급락)하고, 달러화나 엔화 가치는 추락하면서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62.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5.7원 올랐지만 20011년 말(1151.8원)과 비교하면 100원 가까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1050원선을 꾸준히 위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화 하락세는 더욱 심각하다. 일본 중앙은행이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져 엔화의 추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원·엔(100엔당) 환율은 2011년 말 1481.41원에서 이날 1186.52원(한국은행 고시 기준)으로 300원 가까이 주저앉았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 시장 면세점 백화점 호텔 등 관련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실제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11월 24만9000여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24.8% 줄었다.

‘환율의 습격’에 수출로 달러·엔화를 벌어들이는 중소기업들은 같은 제품을 만들어 팔아도 이익이 갈수록 줄어들어 비상이다. 환율 하락만큼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88.8%가 원화 가치 상승으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여행객이나 여행업체, 원자재 수입업체 등은 앉은 자리에서 환율 상승만큼 돈을 벌고 있다. 최근 여행사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나타낸 것도 이런 흐름이 반영된 것이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8월 4만3000원대였던 주가가 6만5200원까지 치솟았다. 모두투어도 같은 기간 1만9000원 선에서 3만650원까지 올랐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도 갈수록 이익이 커지고 있다. CJ제일제당 대상 삼양사 등 식품업체들은 원재료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아 환율이 떨어질수록 순이익이 늘고 있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도 해외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는 돈이 늘어나 즐거운 상황이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