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올 투자 100조 돌파하나
입력 2013-01-21 21:16
불확실한 경기 전망 등으로 국내 4대 그룹의 새해 투자계획 발표가 예년보다 늦어지는 가운데 삼성그룹의 올해 투자규모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올해 투자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일 신년하례식 직후 “(투자를) 늘릴 수 있으면 늘리겠다”고 투자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 데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경기부양 등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아직 올해 투자규모와 투자계획 발표 시기를 확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의 투자액 50조원 돌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계경기 회복이 늦어져 투자를 늘리기에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공격적인 경영을 펼친다는 전략적인 측면과 함께 ‘상생’이라는 시대적 요구도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투자를 강화하면 중소기업 협력업체들과의 동반성장 효과도 커진다”며 “기업 입장에서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투자를 줄이기 어려운 측면도 어느 정도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이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계획했지만 실제 집행된 금액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2011년보다 12% 늘어난 47조8000억원의 투자 목표를 발표했지만 실제 투자 집행은 1조원 정도 적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예측은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시설투자가 예상보다 저조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시설투자금액은 4조5000억원에 그쳐 10분기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3분기까지의 시설투자금액 역시 18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지난해 삼성그룹의 총 시설투자금액(31조원)의 81%에 해당하는 25조원을 차지한 만큼 그룹 전체의 설비투자도 목표치에 미달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의 실제 투자금액은 평균적으로 목표치의 80∼90%가 집행된다”며 “삼성의 경우도 글로벌 경기침체로 시설투자를 보류하거나 투자시기를 조절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안팎의 기대대로 50조원 투자를 확정할 경우 삼성을 포함한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의 올해 투자액은 100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현재 4대 그룹 중 올해 투자계획을 확정발표한 곳은 사상 최대규모인 20조원 투자계획을 밝힌 LG그룹이 유일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체 투자 규모를 지난해(14조1000억원) 수준과 같거나 조금 늘리는 방향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정몽구 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정확한 실제 투자액은 다음 달로 예정된 기업설명회를 전후해 발표할 예정이지만 지난해 투자액 수준에 맞춰 14조원 정도 집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16조∼17조원대의 투자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지난해 초 19조1000억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1조5000억원짜리 미국 샤페럴 에너지 인수가 무산되는 등 해외 인수합병(M&A) 투자 계획이 집행되지 않으면서 투자액을 17조6000억원으로 수정한 바 있다. SK의 실제 투자 집행액은 15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SK그룹 관계자는 “투자금액을 매년 조금씩이라도 늘린다는 방침에 따라 올해 역시 지난해 집행된 것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SK 측은 “새 경영시스템 ‘따로 또 같이 3.0’ 도입을 준비하느라 새해 투자계획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며 “이달 안에 남은 계열사 인사와 투자고용 계획 발표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