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국가 단위의 ‘트루먼 쇼’ 같았다”… 구글 슈미트 회장 딸, 방북 체험담 공개
입력 2013-01-21 23:53
“이보다 더 기괴할 수 없다. 마치 국가 단위의 ‘트루먼 쇼’를 보는 듯했다.”
21일 씨넷, 더비지 등 주요 IT매체들은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과 그의 딸 소피 슈미트가 지난 10일 방북 당시의 체험담과 사진을 구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구글플러스’에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슈미트 회장과 동행한 딸 소피 슈미트의 글에선 폐쇄적인 북한 실상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가 눈길을 끌었다.
소피 슈미트는 북한을 “매우 매우 춥고, 매우 매우 이상한 나라”라고 소개했다. 북한의 모든 사람들이 슈미트 일행을 위해 집단으로 연기하는 것 같았다는 의미로 영화 ‘트루먼 쇼’에 비유했다.
주인공 트루먼만 모르게 수백대의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하루 24시간 TV로 생방송되는 내용을 다룬 이 영화에서 주위의 모든 사람은 트루먼 한 사람을 속이며 수십년 동안 집단 연기를 한다.
소피 슈미트는 “북한 사람들은 자신이 북한에 살게 된 게 행운이라고 믿는 것 같다”며 “마치 국가 단위의 트루먼 쇼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일성종합대학 전자도서관을 방문했을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전자도서관 내 90여개의 좌석에 모두 남자만 앉아 마우스 클릭이나 화면 스크롤을 하지 않고 조각상처럼 데스크톱 화면만을 주시했다”며 “어느 누구도 고개를 돌리거나 방문자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슈미트 일행을 위해 집단으로 연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는 얘기다.
북한의 인상 평에 치중한 딸의 글과 달리 슈미트 회장의 글에선 북한 IT환경에 대한 실망감이 주를 이뤘다.
슈미트 회장은 “북한 정부 관리와 군인들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대학에도 사설 인트라넷이 있지만 일반 국민은 감시자가 없으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다”며 북한의 폐쇄적인 인터넷 환경을 소개했다.
이동통신 환경과 관련해서도 슈미트 회장은 “북한에 오라스콤이라는 이집트 회사와 합작한 3세대 이동통신이 2.1㎓ 대역에서 서비스되고 있지만 단문메시지(SMS)만 제공할 뿐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데이터 접속을 할 수 없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세계는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는데 북한은 계속 고립만을 추구하고 있다”며 “북한 정부가 (인터넷 보급 확대를) 시작할지, 아니면 계속 뒤떨어진 상태로 남아 있을지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해 재차 북한의 인터넷 개방을 주문했다.
홍해인 기자 hi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