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동흡 후보자, 신뢰받는 헌재 만들 수 있겠나

입력 2013-01-21 18:41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1일 시작됐다. 예상대로 그동안 제기된 이 후보자의 도덕성과 위법성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미 내부적으로 이 후보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려 국회 본회의 임명동의안 상정 및 의결이 불투명한 상태다. 만일 이 후보자 문제로 국회가 파행을 겪게 된다면 정부조직법 개편안, 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새 정부 출범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 특정업무경비를 위법하게 사용했다는 의혹, 해외출장 때 항공기 퍼스트클래스 좌석을 발권한 뒤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차액을 돌려받았다는 ‘항공권 깡’ 의혹, 자녀의 예금액이 늘어날 때의 증여세 포탈 의혹 등은 부인했다. 반면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는 “자녀교육 때문에 전입신고를 먼저 했던 사실을 인정한다”고 시인했고,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던 2007년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에는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을 충분히 해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의혹을 사과했고, 다른 의혹에는 “사실이라면 당장 사퇴하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국민들의 여론은 청문회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실 이틀에 불과한 청문회를 통해 지금까지 제기됐던 수십가지 의혹의 진위가 명백하게 가려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대기업 협찬 지시 의혹, 성매매 권유 의혹같이 이 후보자가 아무리 강하게 부인하더라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많은 의혹이 ‘친정’이었던 법원과 헌재에서 제기됐기에 해명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청문회에 나선 후보자의 진솔함이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이런 진솔함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들은 부인을 동반한 해외출장 경비를 누가 냈는지, 법인카드를 집 앞에서 사용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따지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 이 후보자의 청문회를 보며 불편함을 느낄 뿐이었다. 헌재소장 후보자 청문회라면 우리 사회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충하는 헌법적 가치 중 무엇이 더 소중하다고 판단하는지를 따져보는 자리여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시작 전 인사말에서 “헌재가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헌법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헌법을 해석해 가치판단의 기준을 제시하는 기관이다. 여기에는 헌법재판관의 도덕성에 대한 믿음과 존경이 전제돼 있다. 이 후보자는 과연 본인이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는지, 헌재의 위상을 지켜나갈 만큼 존경을 받는 사람인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