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취임식… 집권 2기 시작] “역사에 평가 맡긴다”… 오바마, 담대한 도전 시동

입력 2013-01-22 01:18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공식 취임식을 갖고 2기 임기를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낮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나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하고 모든 능력을 다해 헌법을 수호할 것을 맹세한다”고 선서했다. 취임식은 상?하원 의원, 대법관들, 외교사절 1000여명과 내셔널몰에 몰린 일반인 수십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회 의사당 앞에 마련된 특별무대에서 열렸다. 오바마는 미 역사상 재선 취임선서를 한 17번째 대통령이다.

이날 워싱턴DC 내 내셔널몰 등 취임식이 거행되는 의회 의사당 인근에는 해 뜨기 전 새벽부터 수천명의 인파가 몰려있었다. 그들은 새벽 추위를 견디기 위해 코트와 모자, 스카프 등으로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특히 흑인들이 많았다. 이미 7시 전 유니언 지하철역은 인파로 넘쳐났다. 오하이오주 컬럼버스에서 왔다는 디오네 데이비스(36?여)씨는 “워싱턴DC에 가까운 메릴랜드 주의 친척집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5분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성 요한 교회에서 예배를 본 이후 의사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파티가 끝났을 때 오바마가 맞닥뜨릴 도전은 만만찮다. 총기규제와 이민개혁 등 공약은 어떻게 보면 ‘한가한’ 문제들이다. 최급선무는 국가부채 한도의 상향 조정이다. 지난해 말 ‘재정 절벽’ 협상과 마찬가지로 공화당과 사생결단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첫 임기 시작 때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경제지표도 여전히 암울하다. 7% 후반대의 높은 실업률이 이어지고 공화당의 반대로 추가 경기부양 조치는 말도 꺼낼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교,안보 부문의 난제도 산적해 있다. 프랑스의 말리 내전 개입, 알제리 외국인 인질사태에서 보듯 북아프리카가 새로운 화약고로 변하고 있다. 이란 핵문제와 내전이 이어지는 시리아 사태도 대응을 늦출 수 없다. 중동?아프리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득세는 ‘알카에다를 사실상 궤멸시켰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자랑을 무색하게 한다. 장거리 핵무기 운송수단 개발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 북한 문제도 현안이다. 해외 군사개입을 극도로 자제하려는 오바마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외교,안보 위험이 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치에서 ‘초당파주의 실종’이 첫 4년과 마찬가지로 오바마 집권 2기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이들 현안을 해결하면서도 선거 부담에서 벗어난 오바마 대통령은 역사의 평가를 의식,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의제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오바마가 한정된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야 할 장기적인 의제 중 첫 번째로 재정 문제의 근원적 수술을 꼽았다. 이코노미스트는 “국가부채가 최대의 전략적 위협”이라는 마이크 멀린 전 합참의장을 말을 인용하며 오바마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에 따라 치솟는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와 연금 지출 해결을 미룰 경우 어떤 경제적 치적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