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명과학 정일재 대표 “정도경영 지키려니 공격적으로 사업하기 어려워”
입력 2013-01-21 18:32
대기업 계열 제약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등 불공정 영업 관행 때문에 국내에서 사업을 적극 펼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LG생명과학 정일재 대표는 21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한 중장기 성장전략 발표회 자리에서 회사의 성장전략을 설명하면서 “LG그룹은 ‘정도경영’을 그룹 이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LG생명과학이 국내 시장 여건에서 공격적으로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도경영’과 ‘강력한 영업’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는 정 대표의 발언은 국내 제약 영업이 리베이트 등 불공정 관행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정 대표는 “우리는 (리베이트를 주는) 영업이 주특기인 회사가 아니다”면서 “영업사원을 늘려봤자 매출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LG생명과학의 영업조직은 200여명으로 1위 동아제약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동아제약의 경우 지난 10일 임직원 12명이 전국 1400여개 병·의원에 48억원의 리베이트를 뿌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고, 동아제약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의사 100명 이상이 소환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여러 가지 고민 끝에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영업 등 나머지는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게 회사 전체로 더 나은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국내 영업보다는 연구개발과 해외 비즈니스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제약업계 1위 업체까지 대규모 리베이트 수수로 적발되는 것이 업계 현실인데 ‘정도 영업’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이번 전략에는 그런 고민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