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줄이고 꿀벅지 더 키워 한국新→세계新… 이상화 천하

입력 2013-01-21 21:22


‘빙속 여제’ 이상화(24)가 한국을 넘어 세계 빙속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상화는 21일(한국시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 2차 레이스에서 36초80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지난해 1월 위징(중국)이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작성한 세계 기록(36초94)을 1년 만에 무려 0.14초 앞당겼다.

이상화는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곳에서 세계 기록을 세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다음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때 작성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자 선수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36초90의 벽을 깬 이상화는 앞으로 36초70대 진입도 바라보게 됐다. 그동안 국내 선수 중에서 이규혁(서울시청)과 이강석(의정부시청)이 세계 기록을 세운 바 있으나 여자부에서는 이상화가 처음이다.

전날 1차 레이스에서 36초99로 한국 신기록을 세운 이상화는 이틀 연속 신기록 행진을 벌이며 올 시즌 월드컵 500m 8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예니 볼프(독일), 위징, 왕베이싱(중국) 등 맞수들은 이번 시즌 이상화의 질주에 눌려 아직 금메달 구경도 해보지 못했다.

이상화가 이번 시즌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는 비결은 단거리에 가장 적합하도록 바뀐 몸과 업그레이드된 기술력 덕분이다. 이상화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체중을 2㎏ 정도 감량했다. 대신 하체를 보강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수행했다. 덕분에 금메달을 땄던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 직전보다 허벅지 굵기가 3㎝ 이상 늘어났고, 종아리 근육도 여자대표팀 평균치보다 최고 4㎝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오랫동안 뛸 수 있는 근지구력을 줄이는 바람에 1000m에서 세계 정상권과 거리가 멀어진 대신 체중 대비 근육량이 늘어 500m에는 최적합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스트로크(다리를 교차하는 것) 수를 늘린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이상화는 다른 선수들이 다리를 10번 교차할 때 12번 정도를 교차할 수 있도록 훈련했다. 빙판 위를 미는 스트로크 횟수가 늘어나면서 앞으로 나가는 추진력이 배가됐다. 여기에 스케이팅 기술에 대한 자신감까지 붙으면서 이상화의 기록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상화가 이제 본격적으로 전성기에 들어선 만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이 유력해 보인다. 소치에서 정상에 선다면 이상화는 카트리나 르메이돈(캐나다) 이후 12년 만에 여자 500m를 2연패하는 선수가 된다.

또 이후에도 계속 기량을 유지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보니 블레어(미국)가 가진 500m 3연패 기록도 넘볼 수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