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의 ‘작은 청와대’ 실천이 관건이다
입력 2013-01-21 18:46
지근거리에서 대통령 보좌한다고 군림하려 들면 안 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조직개편안에 이어 21일 청와대 개편안을 발표함으로써 새 정부의 골격이 완성됐다. 외형상 새 청와대는 현재의 2실 9수석 6기획관 체제에서 2실 9수석 체제로 규모가 다소 축소됐다. 여기에는 ‘큰 정부’를 뒷받침하는 ‘작은 청와대’를 꾸리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가 함축돼 있다.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없애기 위해 책임총리제 시행 등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겠다고 약속한 점도 청와대 개편안에 담겨 있다고 하겠다.
명칭이 대통령실에서 비서실로 바뀐 것부터 주목된다. 권위주의적 색채가 옅어진 것은 물론 정부 부처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권부가 아니라 말 그대로 대통령 비서들이 일하는 곳으로 권한과 역할이 축소될 것임을 시사한다. 동시에 각 부처에는 장관 책임 하에 업무를 수행하는 소위 ‘책임장관제’가 전면 시행될 전망이다. 청와대 참모들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과 내각이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국정이 운영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새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며, 정부 부처는 장관이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결과에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이런 의미다.
내용도 달라졌다. 대표적인 것이 장관급인 정책실장 폐지다. 책임총리제를 도입하면 국무조정실에서 각 부처를 컨트롤할 수 있으며, 신설될 경제부총리 역할과 중복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외교안보통일 분야를 총괄할 국가안보실 신설은 박 당선인 공약이었다. 이에 따라 수석비서관급이 맡아온 기존의 국가위기관리실은 폐지된다. 다만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과의 업무를 어떻게 조정할지는 숙제다. 미래전략기획관, 녹색성장기획관 등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를 담당해온 조직은 없어진다.
인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점도 이목을 끈다. 인사가 혈연이나 학연 등에 얽매여 이뤄지거나 인사 전횡이 재발하지 않도록 운영의 묘를 살리는 일에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청와대 근무 경력이 일종의 출세 코스로 여겨져온 관행도 타파해야 한다. 입신양명을 위해 청와대에 들어가기 위해 소위 실세들에게 줄을 대는 부작용이 있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머지않아 국무총리 후보자와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 청와대 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직을 어떻게 바꿨느냐보다 누구를 임명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치밀하고 다각적인 검증 과정을 통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사들을 추려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선 청와대 업무공간의 재배치를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들이 일하는 공간을 가깝게 두자는 얘기다. 통신수단이 발달한 상황에서 재배치를 위해 비용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까지 포함해 박 당선인이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