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에 좋다는 민간 약차, 치료제는 아니다

입력 2013-01-21 18:16


모과, 당귀, 생강, 진피, 계피…. 요즘 감기 예방 및 호흡기 건강을 다스리기 위해 일반인들이 만들어 먹는 약차 재료들이다.

각종 감기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데다 인플루엔자 유행 주의보까지 발령되자 이런 전통 차와 약차(藥茶)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바이러스 감염 시 물리치는데 도움이 되는 면역력을 얻기 위해서다.

약차가 겨울철 호흡기 보호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경희대 한방병원 알레르기호흡기내과 정승기 교수는 21일, “약차를 평소 자주 마시면 호흡기를 튼튼하게 보호, 한 겨울을 건강하게 지내는데 도움이 된다”며 “다만, 감기 등 호흡기병에 이미 걸린 상태에서 정통 치료를 외면하고 약차에만 의지하는 행위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방에서는 풍한사(風寒邪: 차고 강한 바람이나 기후조건) 또는 형한음랭(形寒飮冷: 신체를 차게 하거나 지나치게 찬 음식을 자주 먹는 경우)으로 폐(肺)가 손상됐을 때 호흡기병을 얻게 되는 것으로 풀이한다. 여기에 과음, 과로가 겹치면 우리 몸의 정기(正氣)마저 약해져 기침 가래 발열 오한 근육통 등 호흡기 감염 증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약차의 본래 목적은 질병의 치료 쪽보다는 평소 수시로 마심으로써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면역력을 높여 감염 예방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따라서 집에서 흔히 간단히 먹는 생강차, 귤껍질차, 모과차 등의 효과는 약간의 콧물, 오한감 등의 가벼운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 근육통을 동반하는 등 병이 심해진 상태에선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보통 기침과 가래가 있을 때 집에서 민간요법으로 상용하는 도라지, 은행열매, 살구 씨, 배즙, 꿀 등도 마찬가지. 자칫 과신하거나 남·오용하게 되면 되레 과민반응을 일으키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정 교수는 “특히 꿀은 몸에 열이 있는 경우엔 피하는 것이 좋으며, 은행과 살구 씨 역시 때때로 알레르기성 과민반응을 일으키므로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