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이 찢어지는 고통’ 급성치질 악화 막으려면… 치질, 하이브리드 수술로 하루만에 잡는다

입력 2013-01-21 18:12


올해 들어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항문이 찢어지는 고통’ 때문에 대장항문 전문병원을 찾는 치질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 추위로 인해 항문 주변 혈관이 수축되고, 혈액순환도 나빠지면서 치질이 급속히 악화된 탓이다. 구원창문외과 이선호 원장은 21일, “특히 추위에 민감한 ‘급성 혈전성 치핵’ 환자들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급성 혈전성 치핵이란 평소에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환부가 작고 별다른 이상이 없던 치핵이 갑자기 부어오르면서 밤톨만한 크기로 커지는 것을 말한다. 치핵은 치질의 일종이다. 치질에는 이밖에도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과 항문 주위 근육에 염증 및 고름주머니가 생기는 치루가 있다. 특히 겨울철에 심해지는 치질의 악화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추위로 항문주변 혈액순환 떨어져 발병=말썽을 일으키기 전의 치핵은 비교적 피가 잘 통해 손으로 만져보면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요즘같이 날씨가 추울 때 급증하는 급성 혈전성 치핵은 혈관 속에서 피가 엉겨 붙으며 혈전(핏덩어리)을 만들기 때문에 굳어서 딱딱한 느낌을 준다.

이렇게 되면 평소 대변을 볼 때 항문 밖으로 밀려 나왔다가도 저절로 들어가던 치핵이 크게 부풀어 올라 손으로 밀어 넣어도 잘 들어가지 않게 된다. 물론 통증도 심해진다.

이 같은 사태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항문 주변 모세혈관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피가 엉겨 딱딱하게 뭉치지 않고, 혈관이 부어오르지도 않는다.

먼저 온수 좌욕이 권장된다. 항문 주변 혈관을 이완시켜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지 말고, 적당히 몸을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평소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은 수시로 자세를 바꿔주도록 한다.

화장실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좋지 않다. 평소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되는 섬유질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규칙적으로 배변을 하는 생활습관이 몸에 배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차가운 방바닥에 오래 앉아 있는 생활, 피로와 스트레스, 음주, 수면부족, 무리한 배변 등도 피해야 한다.

◇수술과 주사 결합 하이브리드 수술 각광=치질 환자 중에는 치료를 자꾸 미루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남들에게 털어놓고 말하기가 민망하고, 병원 가기도 창피해서다.

피곤하면 가끔 한 번씩 치핵이 부어올라 아프다가 시간이 좀 지나가면 다시 괜찮아지는 것도 치료를 미루는 한 원인이다. 그러나 이는 스스로 병이 커지기를 자초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자칫 적정 치료시기를 놓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힘들어질 수 있다.

이 원장은 “때때로 치핵 조직이 부어올라 항문 밖으로 밀려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하게 될 때는 일단 통증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미루지 말고 치핵을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일반적으로 전문의가 치핵을 깨끗이 제거한 경우 치질 수술의 완치율은 98∼99%에 이른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치료 기술도 크게 발전한 상태다. 과거엔 수술 후 최소 2박3일간 입원해야 했고 퇴원 후에도 일상생활에 복귀하기까지 1주일 이상이 필요했지만 요즘은 수술 후 통증이 없어 당일 퇴원 및 이튿날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알타주사’ 요법과 외과 처치 또는 레이저 수술을 결합시킨 ‘하이브리드’ 치질 수술법이 등장한 덕분이다. 알타주사는 치핵을 녹이는 약물을 주사해 치핵 덩어리를 퇴축시켜 마치 수술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수술과 같은 상처를 만들지 않으니 아플 일이 없다.

문제는 이 주사요법이 항문 안쪽에 자리잡은 내치핵(암치질)에만 적용이 가능하고, 바깥쪽에 자리를 잡은 외치핵(수치질)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

이른바 하이브리드 치질 수술은 바로 이 경우에 사용된다. 내치핵은 알타주사로, 외치핵은 수술로 도려내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출혈도 적고 회복도 빠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