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재소장 후보 청문회] 해외출장 가족동반 왜?→ “부인이 비서관 역할했다” 군색한 변명 일관

입력 2013-01-21 21:40


21일 국회에서 열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의혹으로 시작해 의혹으로 끝났다.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특정업무경비 전용, ‘항공권깡’ 의혹을 비롯해 20건이 넘는 도덕성·위법성 문제가 제기됐지만 이 후보자는 이미 인정한 위장전입, 관용차 사적 활용, 정치후원금 납입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 부인했다. 일부 의혹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게 아니냐”는 민주통합당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 “역사상 청문회에 모든 통장 내역을 제출한 게 처음이라 하더라. 그만큼 자신 있다”며 당당함을 보였다. 하지만 박 의원이 지난해 4월 통장 거래내역을 공개하며 “400만원이 들어왔지만 지출된 것은 카드 사용액과 보험료 등 개인 용도뿐이다. 아직도 사무처 지침대로 따랐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따지자 “통장이 꼭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한 채 증거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석연찮은 예금 증가 의혹에도 이 후보자는 깔끔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박 의원이 재판관 임기 동안 통장에 쌓인 예금(2억7000만원)이 너무 많다고 하자 “세 딸이 생활비 250만원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당 박홍근 의원이 “(생활비를 받은) 입출금 내역이 있을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아내가 현찰로 받는 것을 좋아해 주로 현찰로 줬다더라”고 답했다. 이어 “홍콩에 있는 큰딸도 현금으로 줬다는 거냐”고 물으니 “거의 매달 (한국에) 출장 온다”고 답했다.

헌법재판관 재직 6년간 해외출장이 너무 잦았고 가족까지 동반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배우자가 동행할 때 헌재 경비로 나간 적이 있느냐”는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의 질의에 “일절 없다. 보통 비서관이 함께 가는데 예산 사정이 열악해 아내가 비서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부인과 동행해 따로 방을 잡았나. 호텔비는 출장 경비인데 사비라고 할 수 있느냐”고 묻자 “같이 잤다. (다른 재판관들도) 100% 그렇게 한다. 양해해 달라”며 “(배우자 동반을) 사과드린다”고 말을 바꿨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헌법재판관 재임 때 개인여행까지 합하면 24번이나 해외에 나갔다. 외국에서 사셨다고 해도 될 정도”라고 꼬집었다.

관용차를 부당하게 사용한 건 시인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홀짝제 시행 당시 홀수차와 짝수차를 (바꿔가며) 이용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있다”고 했지만, 이후 “일부러 집에 있는 차량과 홀짝을 맞춰 출근했다”며 일반적인 상식과 다른 답변을 해 지적받기도 했다. 대전지법 부장판사 시절 근무시간에 관용차로 자택까지 운전해서 왔느냐는 질문에는 “서울에 오게 되면 다들(다른 판사들도) 그렇게…(한다)”라며 말을 흐렸다.

위장전입 사실에는 “재산 증식을 위한 건 아니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주민등록법 위반이라 비판하면 수용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새누리당 안효대 의원은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는 당첨자·계약자·최초입주자가 같아야 한다. 이 후보자는 (위장전입 시기에 분양받아) 자격 요건의 결격 사유가 되므로 분양권이 취소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아진 김현길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