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켓 잔해 분석] “15년 기술 복제·시험… 1만㎞ 이상 ICBM 제작 능력”
입력 2013-01-21 21:55
국방부가 21일 공개한 북한 ‘은하3호’ 1단 로켓 잔해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서방의 첨단 부품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부품과 설계, 용접방식 등으로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만든 것으로 판명됐다.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이후 15년 가까이 꾸준히 다른 나라 미사일 기술을 복제하고 수없이 시험발사를 하며 미사일의 작동 원리와 운용에 정확한 노하우를 축적하게 됐다는 것이다.
북한은 자체 제작기술만으로 LA 등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가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 능력을 갖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윤웅섭 연세대 교수(기계공학과)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이런 부품과 양식을 사용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발사에 성공했다면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상당수준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하3호 1단 로켓은 주 엔진 4개와 보조 엔진 4개 등으로 이뤄졌다. 주 엔진은 각각 27t으로 4개 엔진이 모두 108t의 추진력을 갖췄고 보조 엔진은 각각 3t으로 모두 12t의 추진력을 지닌 것으로 분석됐다. 1990년대 초반 개발된 노동미사일 엔진을 개조 사용했으며, 무게를 줄이기 위해 주 엔진의 도관은 가늘게 제작해 모세혈관식으로 배열했다. 주 엔진 사이에 배치된 보조 엔진은 상하 36도로 움직이고 내부에 자동조종장치(자이로시스템)가 있어 로켓의 방향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료는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에 사용되는 등유의 일종인 케로신에 탄화수소계열 화합물이 첨가된 혼합물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료통과 산화제통은 알루미늄 94%와 마그네슘 6%를 혼합한 합금(AIMg6)으로 제작됐고 산화제통 외부에는 카메라와 가압가스 배관 덮개, 제동 모터, 전기 시스템 배관 등이 설치됐다. 부품의 용접 상태는 균일하지 않아 수작업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엔진 핵심 부품들은 북한이 직접 만들었다. 전자기기 센서, 전선 등 중국을 비롯한 5개국 제품 10개 품목은 핵심장비는 아니다. 이것들은 북한이 자체 미사일 제작에 사용해 온 군사용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해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용제품이다. 국제 제재를 피하려는 의도와 함께 상용제품만으로도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만약 북한이 군사용 제품을 사용한다면 장거리 탄도미사일 성능이 더 개선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로켓의 단 분리는 ‘폭압형 외피 파단’(폭발을 일으켜 외피를 분리시키는 방식·MDF) 방식이다. 2개의 절단장치와 분리 시 2단의 속도를 높여주는 가속 모터 6개, 1단 속도를 감속시키는 제동 모터 4개로 이뤄졌다.
북한과 다른 나라의 기술 커넥션은 분명히 밝혀지진 않았다. 그러나 군 전문가들은 노동미사일 엔진은 이란 미사일과 유사해 이란과의 기술 커넥션은 확실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과는 직접적인 기술 이전은 없더라도 수입부품을 응용하는 형태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