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1·21” 이상 무!… 군·경 합동 靑 인근 출현한 가상 北 특수부대 150분 만에 섬멸

입력 2013-01-21 18:13

21일 새벽 2시30분, 수도방위사령부에 비상이 걸렸다. 수방사 제1경비단 지휘통제실은 청와대 인근 구기터널 앞에서 검문에 불응한 북한군 탑승 추정 카니발 차량이 자하문 터널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비상상황을 전파했다. 즉각 경비단 소속 장갑차와 병력이 청와대로 진입하는 주요 거점을 방어하기 위해 긴급 출동에 나섰다.

1968년 1월 21일 북한군 특수부대가 청와대 코앞까지 침투한 사건을 상기하자는 취지의 ‘리멤버 1·21훈련’이었다. 훈련은 1·21사태 45주년을 맞아 당시 무장공비가 침투한 현장에서 북한의 고속침투 상황을 가정해 실시됐다.

경비단에서 출동한 장갑차 4대는 굉음을 내며 자하문 터널을 지나 새벽 3시 세검정삼거리에 도착했다. 장갑차가 미리 설치된 바리케이드 뒤에 멈추자 탑승하고 있던 5분 전투대기 소대 병력 24명이 순식간에 내려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함께 출동한 106㎜ 무반동총을 탑재한 차량 2대도 전투준비를 마쳤다. 카니발 차량으로 이동하던 가상 북한군(대항군)은 중무장한 경비단 병력과 만나자마자 차량을 버리고 도주를 시도했다. 검은 복장을 한 대항군 2명이 도주하자 바리케이드 바로 뒤에 있던 병력 6명이 신속히 접근해 공포탄을 쏴 제압하고 포승했다.

새벽 5시 청와대 인근 지역에 출몰한 북한군 가정 병력을 모두 제압한 군은 부대로 복귀했다. 이어 오후 1시 남태령역 일대에서 교전 후 도주하는 적을 수방사와 특전사, 경찰특공대 병력이 격멸하면서 훈련은 마무리됐다. 수방사와 서울지방경찰청이 공동 주최한 이번 훈련에는 장갑차 14대와 106㎜ 무반동총 차량 4대, 병력 520명이 동원됐다. 1·21사태는 북한군 대남 침투공작부대 소속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 습격과 요인 암살을 목적으로 서울에 침투한 사건이다. 당시 무장공비는 세검정고개의 창의문을 통과하려다가 비상근무 중이던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정체가 드러났다. 이후 군경의 대대적인 소탕작전으로 북한군은 1명(김신조)이 생포됐고 29명이 사살됐으며 1명이 도주했다. 우리 측은 민간인 8명이 사망했고 군경 30명이 전사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