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문흥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성공조건

입력 2013-01-21 18:42


“남북한·국제사회 신뢰벨트 구축해야… 특히 중국 요인이 결정적 영향 미칠 것”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부의 외교·통일정책 기조는 지속 가능한 평화, 신뢰받는 외교, 모두가 행복한 통일이다. 그리고 3대 기조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는 ‘신뢰’다. 대북정책 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이는 역대 보수·진보 정권의 정책실패를 교훈삼아 우리 내부, 남북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신뢰와 평화의 새로운 한반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문제는 이런 구상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하나의 정권, 국가 차원을 넘어서는 관련국 간의 지지와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중에서도 중국 요인은 그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 입안자들도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당선인 특사 파견에 있어 중국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성패에 결정적인 이유는 우선 중국이 한국의 유연한 대북정책과 균형적인 외교정책을 고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의 강성 대북정책과 미국 중심 외교에 못마땅했던 중국으로서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변화 움직임을 반기고 있다. 지난 1월 10일 특사 자격으로 박 당선인을 예방한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이러한 분위기를 전달했다.

둘째, 남북한의 단절과 경색이 결국 무력 충돌을 야기했던 상황에서 중국의 최대 불만은 남북한 간의 정치적 신뢰가 전무하다는 것이었고 그 책임을 북한보다는 한국정부에 돌렸다. 이는 북한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지만 가진 자로서 여유와 포용력이 없는 한국을 원망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신뢰에 기반한 대북정책 변화 움직임에 호응하고 더 나아가 적극적인 지지 의도를 보이는 것이다.

셋째, 북·중관계 차원에서도 중국의 역할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성패에 결정적이다. 일방이 아무리 신뢰를 강조하고 유연성을 보인다 해도 상대방이 의구심을 버리지 않으면 상시적 접촉과 진솔한 대화가 불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진실한 중재자’(honest broker) 역할이 필요하다. 물론 이것이 남북한의 직접적인 대화에 우선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 차례의 경험이 반증하듯 남북한의 섣부른 물밑 접촉은 대개의 경우 적잖은 후유증을 유발한다.

특히 지금처럼 남북한의 공식 접촉이 장기간 단절되었던 상황에서는 초기의 분위기 반전을 위한 제3자의 역할이 불가피하다. 물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사심 없는 역할을 무조건 기대할 수도 없겠지만 그들을 대체할 국가가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넷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추진 과정에서 한·미 공조가 불가결한 데 이에 대한 중국의 유연한 인식과 신뢰가 필수적이다. 만약 한·미 공조에 대한 중국의 우려가 해소되지 못한다면 신뢰 프로세스는 오히려 불신의 증폭이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한반도 평화·안정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공감대와 한국정부의 진정성, 균형감에 대한 중국의 신뢰다. 난제 중의 난제지만 그 결과 여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지혜와 결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결국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성공 조건은 우리 내부로부터 남북한, 국제사회에 이르는 신뢰 벨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존에 신뢰가 형성된 상대에겐 아량과 인내를 요청하고 불신의 골이 깊어진 상대에게는 우리의 진정성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구하고 또 구해야 한다. 물론 모든 정책이 성공할 수는 없으며 더욱이 우리의 대북정책 상대는 예측불허의 비정상적인 정치집단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단해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민족의 지상 과제를 포기할 수는 없다. 불신과 대결이 신뢰와 평화로 탈바꿈하는 새로운 한반도를 지향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성공하기를 기원하는 이유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 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