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광석] 서민 위한 길은 식탁물가 안정
입력 2013-01-21 18:41
매년 겨울이면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은 고충을 토로하지만 발표되는 소비자물가 지표만 보면 그 고충을 이해할 수 없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최근 3개월간 2.1%, 1.6%, 1.4%로 매우 안정된 기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에 불안해하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왜일까.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구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기 위해 작성한 지수’라고 정의된다. 지수는 일반적으로 현실경제를 이해하고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정책적으로 활용된다. 지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 바람직한 정책이 계획될 수 없는 것이다.
새 정부의 따뜻한 성장정책의 목표는 ‘물가 안정’이 아닌 ‘식탁물가 안정’이 돼야 한다. 물가는 이미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식탁물가 안정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한파로 인해 채소값이 급등했다. 배추 무 상추 파 등 신선식품 가격이 한 달 새 약 80%까지 상승했다. 서민 식탁에 주로 활용되는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소매가격도 최근 들어 엄청나게 올랐다. 그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김치 고추장 된장 등 가공식품 가격도 일제히 급등했다.
농산물의 경우에는 한파와 일조량 부족에 따른 생육 및 출하작업 부진으로 공급물량이 감소하고, 하우스 농가의 연료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축산물의 경우에도 사료비 및 축산시설 온도 유지를 위한 사육비가 증가해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상기온 현상으로 북극이 더워짐에 따라 북극의 한랭한 기온이 중위도로 내려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약화되면서 찬 공기가 남하했다고 한다. 결국 그 한파가 서민 식탁에 불어닥친 것이다.
한파는 국민 모두에게 불어오지만 식탁물가 상승의 영향은 저소득층에게 더 크게 불어온다. 저소득층의 식료품 소비지출액 비중은 전체 국민의 평균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식탁물가가 상승하면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이 크게 감소하고, 삶을 빈곤하게 만든다.
우리 주변에는 취약계층이라 불리는 가구들이 있다. 조손가구, 독거노인, 장애인가구 등의 경우 총 소비지출액에서 차지하는 식료품 소비지출액 비중은 절대적으로 높다. 가계의 총 소비지출액에서 차지하는 식료품 지출액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계수가 2004년 3분기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식탁물가 안정이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해 준다.
따뜻한 성장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식탁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먼저 취약계층을 위한 ‘한파 바우처’를 도입하는 것이다. 매년 어김없이 불어오는 한파에 대비해 취약계층에게 식품구입 비용을 절감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신선식품 가격의 변동성을 완화해야 하겠다. 수급 변동성이 큰 품목에 대해서는 비축재고 물량을 확대하는 등 정부비축 시스템을 보완해 신선식품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것이다. 더욱이 농축산 생산시설에 있어 지열난방 시스템 등 온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술을 확대 보급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뭄 한파 폭설 등 계절적 요인을 반영한 식탁물가 지표를 개발하고, 따뜻한 성장정책을 위해 보조 지표로 활용해야 한다. 서민경제를 설명해주고 바로 이해하기 위한 보조 지표는 따뜻한 성장정책이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