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2부)] 獨 ‘기업 氣 살리기’ 정책으로 지원하고 법으로 보호
입력 2013-01-20 23:00
‘중견·중소기업 혁신프로그램(ZIM·Zentrale Innovationsprogramm Mittelstand).’
독일의 중견·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대부분 연방경제기술부가 마련한 ZIM을 통해 이뤄진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을 지원하는 특별경제정책이다.
중견·중소기업이 독일 전체 기업 수의 99.7%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ZIM은 독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핵심 정책이다. 공정한 글로벌 경쟁을 통해 정당하게 이익을 창출하는 한 법과 제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기업을 보호하고 기회를 보장해 준다. 독일의 ‘히든챔피언(소비자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우량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정부 지원을 통해 만들어졌다.
슈뢰더 총리에서 메르켈 총리로 이어진 독일 정부가 2000년대 중반부터 추진한 경제정책의 초점도 기업 경쟁력 강화에 맞춰졌다. 고용 유연화 정책과 더불어 각종 지원은 늘리고 법인세는 물론, 가업승계가 잘되도록 상속세 등을 낮춰주는 것이 골자다. 배임죄 등으로 기업인을 포괄적으로 옭아매는 경우도 없다. 한마디로 기업을 보호하고 기(氣)를 최대한 살려주는 정책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기업 상속세 감면제(가업승계제)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기업의 경영활동을 북돋아 주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만난 프랑크푸르트 괴테대 옌스 갈 경영학과 교수는 “독일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어젠다 2010’과 같은 정책 개혁, 즉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독일 정부는 교역국들과 투자보장협정(BIT)을 속속 맺어 기업들의 해외 투자의 안전망을 만드는 데도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ZIM을 통해 시장 진입장벽 제한, 은행이나 해외기업과의 거래 비용, 직원의 역량 문제 등을 해결해준다. 지역별 중소기업 지원 정책도 발달해 있다. 한 예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정부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컨설팅 비용의 절반을 부담한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중소기업에서는 추가 컨설팅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충분한 담보가 확보되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주 정부가 채무를 보증한다.
독일 정부는 박람회 산업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전국 주요 도시에 22개, 275만㎡의 전시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독일 기업이 체결하는 수출입 계약의 20∼30%가 박람회를 통해 성사된다.
이 같은 독일 정부의 기업 경쟁력 강화 노력은 금융 위기 이후 빠른 수출증가, 내수 회복과 함께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생산 공장을 해외로 이전했던 기업마저 본국으로 유턴할 정도로 마음껏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공정한 경쟁 질서를 지키며 이익을 창출하고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기업과 기업인들을 존중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됐다.
프랑크푸르트=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