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성 대통령 낸 한국, 대졸 여성고용률은 꼴찌
입력 2013-01-20 19:41
우리나라 대졸 여성들의 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국가 중 최하위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OECD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대졸 여성고용률은 2011년 60.1%로 OECD 평균인 78.7%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우리나라 고학력 남성고용률은 89.1%로 OECD 평균인 87.6%보다 높아 고학력 남녀 고용률 격차가 29.0% 포인트로 회원국 중 가장 컸다. 여성들의 임시직 비율은 27.7%로 비교 가능한 OECD 22개국 중 가장 높아 여성들의 고용불안이 심각함을 보여준다.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나라지만 양성평등에선 아프리카 국가보다 못한 게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5.7%(세계 190개국 중 105위)로 북한과 비슷한 수준이고 공공기관 여성 임원비율은 9.1%, 100대 기업 여성 임원비율은 1.48%에 불과하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4.5%로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낮다.
여성인력 활용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우리로선 당장 시급한 필수과제다. OECD는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2030년까지 남성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성장률이 연평균 0.92%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여성들이 자녀 출산·육아·교육 등으로 직장을 떠나지 않도록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 25∼29세 여성 고용률은 72.6%지만 35∼39세 여성 고용률은 56.1%로 급격히 떨어진다. 자녀를 키우면서 직장에 다니는 게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가부장적 문화를 개선하고 고용의 질을 낮추지 않는 유연근무제 확대 등이 필요하다.
입사 장벽이나 승진, 임금 등에서의 차별도 없애야 한다. 일부 대기업과 공기업을 제외하면 여전히 남성 채용우대 관행이 잔존하고 있고, 경기가 안 좋을 때 제일 먼저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도 여성이다. 여성들이 입사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직장에 들어가더라도 승진 등에서 차별을 당하면서 중간관리자나 임원으로 올라가지 못한 채 일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노르웨이나 핀란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여성 임원 40% 할당제를 통해 여성 임원을 늘렸고, 유엔은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해 여성 국회의원 비율 30%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권고사항이었던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30% 할당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017년까지 10만명 여성인재 양성을 공약한 만큼 양성평등 후진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미 있는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